외부인사ㆍ관료 간 갈등 소지도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국정을 이끌겠다는 구상이 두드러진다. 100대 국정과제와 함께 발표한 4대 복합ㆍ혁신과제의 경우 그 중요성과 상징성을 고려해 위원회를 통해 종합ㆍ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어젠다이자 다수 부처가 연관된 대형ㆍ복합과제인 만큼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도이지만, ‘옥상옥(屋上屋)’의 비효율이나 정권의 입맛에 맞는 외부 인사들이 위원회를 장악해 정부 관료들과 갈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제시한 4대 복합ㆍ혁신과제를 담당하는 기구는 저출산ㆍ고령사회위원회, 일자리위원회, 4차 산업혁명위원회, 지방분권균형발전협의회로 모두 대통령 직속 위원회다. 저출산위를 제외하면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신설되었거나 신설될 예정이다. 각 위원회는 청와대에 신설되는 정책기획위원회에 정기ㆍ수시 점검 사항을 보고해야 하고, 정책기획위는 정책효과와 국민만족도 등을 평가하면서 국정과제를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100대 국정과제 추진을 위해 신설되는 위원회도 10여 개에 이른다.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을지로위원회를 비롯해 시민사회발전위원회, 국가교육위원회, 성평등위원회, 국방개혁특별위원회 등이 대표적이다..
개혁 성향의 민간 위원들이 참여하는 위원회의 경우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고 관료주의적 매너리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강력한 개혁 컨트롤타워가 될 수 있다. 대통령의 역점 추진 과제에 대한 중장기 정책 등 국가백년대계의 밑그림을 마련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위원회가 정부 부처의 고유 업무를 침범함으로써 옥상옥이 될 우려도 상존한다. 특히 촛불민주주의를 강조하는 현 정부에선 다수의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참여가 예상되고 있어 정부 부처와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권 출범 때마다 위원회를 둘러싼 보은 인사 논란이 반복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위원회 양산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위원회 공화국’이란 지적을 받았던 참여정부에선 대통령ㆍ국무총리ㆍ정부 부처 소속 위원회가 임기 말 579개에 이르렀고, 정권의 입맛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는 위원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국민대통합위와 문화융성위, 통일준비위 등이 급조됐다가 별다른 성과 없이 폐지됐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위원회가 내실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위원회 간 조율이 상당히 중요하고 정부의 독립적 재정 지원과 함께 위원회에서 생산한 정책을 어떻게 입법으로 연결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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