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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저녁을 찾아서]직원 15%가 파트타임-유연근무.. 이직률 확 낮춘 벤처

입력
2017.07.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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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끝없는 업무, 적정량을 찾아라

인체조직 가공기업 엘앤씨바이오

이환철 대표 “근무제 혁신” 결단

“시행 전 직원들 공감대 얻어야”

김장일 엘앤씨바이오 연구개발실장이 19일 오후 4시 밝은 표정으로 퇴근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김장일 엘앤씨바이오 연구개발실장이 19일 오후 4시 밝은 표정으로 퇴근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피부, 뼈 등 인체조직 가공 전문 바이오벤처 기업 엘앤씨바이오의 김장일(41) 연구개발실장은 매일 오후 4시면 자리를 정리하고 집으로 향한다. 오전 9시부터 일을 시작했으니 7시간(점심시간 제외한 노동시간 6시간) 만에 업무를 마친 것이다. 회사가 있는 서울 신촌에서 지하철을 타고 6시쯤 잠실 집에 도착하면 네 살, 두 살 두 아들과 아내가 맞아준다. 잠시 뒤 음악 개인 교습으로 돈을 버는 아내가 학생을 가르치러 집을 떠나면 김 실장은 아내가 준비해 둔 밥을 먹고 아이들과 먹고 함께 놀아준 뒤 재운다.

19일 연구실에서 만난 김 실장은 “아이들과 함께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부서 책임자가 2시간이나 먼저 자리를 뜨는 파트타임인데 업무에 지장은 없을까. 김 실장은 “부득이 추가 실험 등을 해야 할 때 빼고는 5명의 팀원이 각자 업무를 자기 스케줄대로 진행합니다. 풀타임 직원들도 집중해 일하고 제 시간에 퇴근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죠”라고 설명했다.

팀원 정인희(33)씨는 출퇴근 시간을 한 시간씩 늦춰 오전 10시 출근하고 오후 7시 퇴근한다. “경기 하남이 집이라 아침 출근이 쉽지 않은데 세 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여유 있게 출근할 수 있어요.” 정씨는 앞서 2015년 8월 출산 후 7개월의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을 갖고 복직한 뒤에는 6개월 동안 하루 6시간만 근무했다.

2011년 설립된 이 회사는 2013년부터 파트타임, 2016년부터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현재 파트타임 5명(남자 1명, 여자 4명), 유연근무제 2명(남자 1명, 여자 1명) 등 전체 직원의 약 15%가 자유롭게 근무시간을 선택해 일하고 있다.

국내에선 보기 드문 이 근무제 혁신은 이환철 대표의 결단이었다. 자신의 아내가 대기업에 다니다 육아 때문에 일을 포기했고, 같은 이유로 직장을 떠나는 직원들을 보면서 결심한 것. 작은 벤처 회사로서 인재 한 명 확보가 절실했던 것도 이유였다. 김기민 경영관리부장은 “파트타임,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후 연구 개발, 디자인 등의 우수한 전문 인력을 채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근무 혁신 후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이직률 하락이다. 2014년 12%였던 이직률이 2016년 5.8%로 반감했다. 1인 당 월 생산액은 25% 증가했고, 잔업은 주 2시간 이상 감소해 회사와 직원 모두 윈윈의 결과를 얻었다.

김장일 실장도 파트타임제가 없었다면 엘앤씨바이오에 입사하지 않았다. 미국 얼바인에서 박사 후 연구원(포닥)으로 있다 2014년 입사할 때 하루 6시간 근무를 택했다. “아내에게 사회활동 기회를 주고, 아이도 함께 돌보고 싶어 처음부터 파트타임을 찾았다”는 그는 “대학 연구소 등 여러 곳을 알아보던 중 이곳으로부터 정규직 파트타임을 제안 받고 고민 없이 택했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4분의 1을 덜 일하는 만큼 임금이 적기는 하지만 고용이 안정적이고 원하는 생활을 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합니다.”

성공을 경험한 엘앤씨바이오 직원들은 그러나 파트타임제 등을 무작정 도입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회사 내 어떤 부서와 직종에 적용할 수 있는지, 어디까지 적용이 가능한지를 면밀히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하자고 할 만큼 의견을 나누고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준비 없이 덜렁 시행했다간 제도가 있어도 직원들이 적극 활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엘앤씨바이오는 1년 가까운 시범운영 기간을 거치며 근무 시간과 기간을 직원과 부서가 자유롭게 정하도록 했다. 김기민 부장은 “지금까지는 주로 육아를 이유로 파트타임제 등을 선택하지만 자기 계발을 위해 선택하는 직원도 생기고 있다”며 “이렇게 해서 직원의 경쟁력과 만족도가 높아지면 곧 회사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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