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오너 3세와 평사원의 만남이라는 영화 같은 이야기의 주인공 이부진(47)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49) 전 삼성전기 고문 부부가 끝내 파경을 맞았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부장 권양희)는 20일 이 사장과 임 전 고문이 낸 이혼 및 친권자지정 소송에 대해 “둘은 이혼한다. 이 사장은 임 전 고문에게 재산분할로 86억여원을 지급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아들 친권자와 양육자도 이 사장 손을 들어줬다.
두 사람의 로맨스는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삼성물산 전산실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던 임 전 고문은 주말마다 사내 신입사원 봉사활동을 나갔다가 이 사장을 처음 만났다. 이 사장도 대학을 갓 졸업하고 삼성복지재단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으며 주말에 임 전 고문과 같은 곳으로 봉사활동을 나가고 있었다. 이들이 이듬해 삼성복합문화단지 추진 기획단에서 다시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사랑을 키워 나갔다는 게 알려진 스토리다.
결혼에 이르기까지는 양가 반대가 심했다. 양쪽 다 집안 차이를 걱정했다고 한다. 이 때 이 사장이 식구들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임 전 고문의 장점을 설명하며 결혼을 포기할 수 없다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1999년 마침내 이뤄진 결혼식에서 임 전 고문 부친은 “친구처럼 만나다 결혼했으니 평생 죽마고우처럼 잘 살길 바란다”고 축복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서로 좋은 반려자가 되리라 믿는다”고 축사했다. 결혼 다음해 이 사장과 미국 유학을 떠났다가 돌아 온 임 전 고문은 삼성전기 상무보, 전무를 거쳐 2011년 삼성전기 부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아름답게만 비친 이들 관계가 위태롭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진 건 2014년 10월. 이 사장이 수원지법에 이혼 조정과 친권자 지정 신청을 내면서다. 당시 성격 차이로 이미 7년 동안 별거 상태에 있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임 전 고문은 “가정을 지키고 싶다”면서 이혼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맞섰다. 재산분할도 신청하지 않고 이혼을 막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임 전 고문이 술을 마시고 이 사장을 폭행을 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둘 사이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수원지법에서 “이혼하라”며 이 사장 승소 판결을 내리자 임 전 고문도 태세를 전환했다. 지난해 6월 관할 법원이 잘못 됐다는 취지로 항소하며 이혼소송 사상 최대인 1조 2,000억원대 재산분할 소송도 제기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전산실 소속 사원이 아니라 이 회장 경호원이었고 이후 이 사장을 경호하면서 이 사장이 줄곧 자신을 의지해 왔다는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강제로 가게 된 미국 유학이 생지옥 같았다는 소회도 밝혔다. ‘세기의 사랑’이 사실과는 달랐다는 것이다.
수원지법 항소심이 임 전 고문 주장을 받아 들이면서 서울가정법원에서 이혼소송이 재개됐지만 결론은 같았다. 임 전 고문 측 변호인은 “면접교섭권이 지나치게 제한 됐고, 이 사장 재산 중 주식 부분을 따지지 않은 판결”이라며 곧장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 사장 측은 “재판부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말을 아꼈다. ‘세기의 로맨스’로 회자 됐고, 이제는 남남이 된 두 사람의 법정싸움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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