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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외풍ㆍ검란ㆍ비리… 검찰총장직은 ‘독이 든 성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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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외풍ㆍ검란ㆍ비리… 검찰총장직은 ‘독이 든 성배’

입력
2017.07.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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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빈, 당시 법무장관과 충돌

한상대 ‘검란 사태’ 조직에 흠집

김태정은 ‘옷 로비’ 연루 망신

송광수ㆍ이명재, 검찰 위상 높여

‘국민검사’로 존경 받기도

2005년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천정배(오른쪽) 당시 법무장관과 마찰로 사표를 낸 김종빈(왼쪽) 전 검찰총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5년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천정배(오른쪽) 당시 법무장관과 마찰로 사표를 낸 김종빈(왼쪽) 전 검찰총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막강한 권력도 있지만 칼날 위에 서 있는 셈이라 검찰총장 자리는 항상 독배(毒杯)에 비유되곤 합니다.”

2,000여명의 검사를 총지휘하고 직권으로 사정수사를 할 수 있는 검찰총장에 대해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23일 이같이 말했다. 강력한 칼을 휘두르며 정ㆍ재계의 부정부패를 단죄하는 자리에 있는 만큼 외풍에 시달리고, 자부심 강한 조직을 대표하기에 각자의 칼을 지닌 검사들의 날카로운 시선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총장 자리에 오르고서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이유다.

외부와의 충돌로 자리를 내놓은 대표적인 경우가 김종빈(70) 전 총장이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수사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불구속 수사를 지휘하며 사상 최초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자 사표를 냈다. 장관의 지휘권이 법적으로 보장은 돼있지만, 특정 사건 처리에 관여하는 것을 받아들일 경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어렵다는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검찰 조직에 흠집을 남겼다고 평가 받는 총장들도 있다. 한상대(58) 전 총장은 2012년 사상 초유의 ‘검란(檢亂) 사태’로 불명예 퇴진했다. 정부가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등을 골자로 하는 검찰 개혁안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검찰 내부 반발에 부딪힌 끝에 사임했다. 수도권의 한 검찰 간부는 “검란이 사퇴의 결정적 이유이긴 했지만, 자신의 측근들을 요직에 기용하고 수사 현실에 대한 고민 없이 정책을 밀어붙인 것도 원인”이라고 했다. 김준규(62) 전 총장도 검ㆍ경 수사권 조정 합의 파기에 따른 책임을 지고 임기를 1개월 앞둔 2011년 7월 물러났다.

측근이나 총장 본인의 문제 때문에 물러난 경우도 있었다. 신승남(73) 전 총장은 ‘이용호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친동생이 금품을 받고 로비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되자 취임 8개월 만에 물러났다.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과정에서 정권의 압력을 버텨냈다는 평가를 받았던 채동욱(58) 전 총장은 혼외자 사건이라는 개인사에 발목이 잡혀 불명예 퇴진했다. 호남출신 첫 검찰총장이었던 김태정(76) 전 총장도 법무부 장관 영전 직후 배우자가 ‘옷로비 사건’에 연루돼 망신살을 샀다.

반면 ‘국민검사’로 존경 받았던 경우도 있었다. 송광수(67) 전 총장은 노무현정부 시절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외압을 막아내고, 정치권에서 이에 대한 불만으로 검찰을 공격하자 “내 목을 쳐라”고 반발했다.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은 사람들이 검찰 권한 약화를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로, 검찰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명재(74) 전 총장도 존경 받는 인물로 거론된다. 서울지검 피의자 구타 사망사건의 책임을 지고 2002년 물러났지만 “진정한 무사는 얼어 죽을지언정 곁불을 쬐지 않는다”며 검사의 명예와 정의감을 강조한 취임사는 지금도 회자된다.

지방검찰청의 한 간부는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앞둔 상황에서 차기 총장은 영욕이 교차했던 과거 총장 사례들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며 “권력 눈치를 보지 말고 검사들이 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면 총장 자리는 독배가 아니라 성배(聖杯)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2012년 대검 중수부 폐지를 놓고 정면 충돌한 최재경(뒤쪽) 당시 중수부장의 국정감사 답변을 듣고 있는 한상대(앞쪽) 전 검찰총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2년 대검 중수부 폐지를 놓고 정면 충돌한 최재경(뒤쪽) 당시 중수부장의 국정감사 답변을 듣고 있는 한상대(앞쪽) 전 검찰총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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