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용역업체 대표 진술 확보
연루 KAI 직원은 1년 넘게 도주
차명계좌 비자금 협력사도 포착
하성용(66)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의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KAI의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KAI 측이 요구하는 계좌로 수십억 원을 리베이트로 송금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또 KAI 협력업체 대표가 친인척 명의 차명계좌로 회사 돈을 관리한 정황도 포착했다.
2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지난해 6월 KAI의 외주 연구ㆍ인력 용역업체 A사를 압수수색 한 뒤 이 회사 대표 이모씨를 수 차례 소환조사 했다.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KAI에서 건넨 100억원대 용역비 가운데 수십억 원을 KAI 회계 담당자인 전 인사팀 차장 손모씨가 알려준 계좌로 입금했다”고 진술했다. KAI 측에서 A사에 일감을 몰아준 후 과대계상한 비용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다만 “손씨가 시키는 대로 한 것일 뿐, KAI가 이후 돈을 어떻게 썼는지는 모른다”고 주장했다. KAI 수사의 ‘키맨’으로 꼽히는 손씨는 1년 넘게 도주 중이며 하 전 사장의 비자금 조성과 연관돼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은 그 동안 연인원 100명의 수사관을 투입했는데도 손씨 검거에 실패했다.
이씨는 손씨의 처남으로, 손씨 요구로 직원이 한 명뿐인 페이퍼컴퍼니인 A사를 설립해 KAI로부터 일감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KAI로부터 수주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어머니가 하 전 사장과 집성촌 아랫집 윗집 사이로 종친관계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검찰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씨의 계좌내역 추적을 통해서도 KAI와 외주업체 사이의 리베이트 구조를 확인했다. 검찰은 KAI가 이런 수법으로 조성한 비자금이 하 전 사장의 연임 로비에 쓰였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또 KAI의 한 협력업체 대표가 친인척 명의 계좌 여러 개로 회사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협력업체가 조성한 비자금도 하 전 사장 연임 로비에 쓰였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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