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마(水魔)가 청주를 비롯한 충청지역을 휩쓴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수도권 일대에 물 폭탄이 떨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3일 서울 133.5mm, 고양 155mm, 인천 110mm, 군포 121.5mm, 광명 109.0mm, 의왕 108.5mm, 파주 107.5mm 등 경기 지역 중심으로 100mm가 넘는 집중 호우가 내렸다. 특히 인천 중구 영종도엔 시간당 75.5mm의 장대비가 쏟아졌다.
이번 폭우의 영향으로 인천 중심으로 침수, 교통통제, 정전 등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주말을 물바다로 만들었던 수해 현장을 사진으로 정리했다.
삶의 터전과 생명까지 앗아간 수마(水魔)
23일 경기 일대를 휩쓴 폭우로 많은 시민들의 삶의 터전이 물에 잠겼다. 특히 인천 지역이 막대한 비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진다. 24일 인천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내린 비로 남구와 남동구, 부평구 등의 주택과 상가, 공장 등 사유시설 895곳이 물에 잠겼다.
침수로 인해 추가 피해도 발생했다. 인천 남구에선 침수로 아파트 110여 세대에 전기와 물 공급이 두 시간 넘게 끊겨 거주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했다. 경기 시흥, 광명에선 14만6000여 가구에 정전이 발생했다.
인천지역에서 침수 피해를 입은 사유시설 가운데 복구된 곳은 23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절반(53%ㆍ475곳)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상가는 82곳 중에 72곳이 복구돼 복구율이 87.8%에 이른다. 하지만 주택은 복구율이 49.6%(812곳 중 403곳)에 불과하다.
이번 집중호우로 인천의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던 90대 노인이 익사한 안타까운 사고도 발생했다. 평소 거동이 불편했던 노인은 지난 23일 주택 지하로 차오르는 물을 피하지 못하고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낙뢰로 전동차 신호장애……운행 중단까지
이번 호우로 주택뿐만 아니라 도로, 다리 등의 기반시설도 피해를 입었다. 각종 다리, 도로 침수와 낙뢰로 인한 통신 장애로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지난 23일 폭우로 인천 제물포역, 간석역, 주안역 부근, 부평구 부평구청 앞 사거리, 갈산사거리 등이 물에 잠겨 도로 곳곳이 통제됐다. 같은 날 오전 9시 20분쯤 인천 중구 인천역에 낙뢰가 떨어져 신호장애가 발생하고 30분쯤엔 인천시 부평구 부평역 선로 구간이 침수 돼 인천∼부평역 간 양방향 전동차 운행이 27분간 중단되기도 했다.
지하철 공사 중인 인부들이 고립됐다가 구조되는 아찔한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 23일 서울 지하철 7호선 공사장 안에서 작업 중이던 인부 7명이 1시간 가량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소방당국은 폭우로 공사장에 물이 갑자기 불어나 인부들이 미처 대피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했다.
예보에 없던 폭우…원인은 뭘까
청주 수해의 아픔이 채 아물기도 전에 수도권이 침수 피해를 입자 기습 폭우의 원인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를 기습 폭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반기성 K웨더 예보센터장은 24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를 통해 빈도가 잦아진 집중 호우의 원인을 분석했다. 반 센터장은 “뜨겁고 습한 공기가 남서풍을 타고 지상에 유입됐다”며 “상층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공기와 유입된 지상 공기가 수도권 상공에서 만나며 대기 불안정을 야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안정한 대기 속에 비구름이 형성되며 집중 호우가 내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시의 늑장 대응이 인천지역의 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인근과 구월동 등지에서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지 약 1시간이 지난 23일 오후 9시쯤부터 빗물펌프장의 배수펌프를 가동한 것이 침수 피해를 키웠다는 등 분석이 제기된 것이다. 인천시는 “매뉴얼대로 가동해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진은혜 인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