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군인권센터에서 긴급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불과 며칠 전(19일), 가혹행위를 당하던 육군 22사단 고모(21) 일병이 임플란트 치료 차 국군수도병원을 찾았다가 7층에서 뛰어내려 숨졌다는 사실을 폭로한 곳. 이날도 고 일병 관련 자료였다.
센터는 문자메시지 하나를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육군참모차장이 ‘현안점검회의’를 열었는데, 그 결과를 일선 지휘관들에게 전달한 내용이었다. 메시지에는 ‘언론매체 및 SNS상 확산될 소지는 없다고 판단되고’ ‘언론동향을 체크하라’고 적혀있다. ‘언론동향 미리 체크하지 못한 것’을 ‘잘못’이라 규정하고, ‘유가족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지시에는 별(*) 표시까지 하며 강조해뒀다.
센터 주장은 간명했다. “사건이 아니라 어떻게 비판 언론에 대응할 것인지 논의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왜 사건이 일어났는지, 어떻게 재발을 방지하려고 노력해야 하는지 등 기대했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사실 고 일병 사건 같은 군 내 가혹행위와 자살 등 참사는 잊을 만하면 터진다. 그 때마다 군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고, 부대는 고개를 숙이면서 재발 방지 노력을 하겠다는 답을 내놓는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그렇게 반복을 해왔다.
그래서 센터가 공개한 문자메시지를 보면서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꽃다운 청춘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군내 문제를 미리 해결하지 못한 것에다, 사건이 터진 뒤 무엇이 우선 순위여야 하는지 잘못 짚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왜 그렇게 사건들이 반복되는지 알 수가 있다”는 센터 지적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날 고 일병이 다녔던 홍익대 학우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군에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정부 차원의 재발 방지 노력을 촉구했다. 그들은 동년배가 느꼈던 고통에,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절망에 슬퍼하고 분노했다. ‘엄마 미안해, 매일 눈을 뜨는데 괴롭고 매 순간 모든 게 끝나길 바랄 뿐이야’라는 글을 남긴 고 일병과 유족을 생각한다면, 군은 언론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때다. 다시는 고 일병 같은 희생자가 없는 군을 만들겠다면, 언론 대응 논의에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한시가 급하다.
신은별 사회부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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