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담뱃세 인하를 추진해 파장이 일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금연 정책의 일환으로 현재의 4,500원으로 2,000원 올린 담뱃값을 다시 원상복귀 하겠다는 것이다. 여야 할 것 없이 ‘꼼수정치’, ‘몽니’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당은 이와 함께 유류세 인하도 준비하고 있다.
이현재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26일 본보 통화에서 “댐뱃값ㆍ유류세 인하는 홍준표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 공약한 내용”이라며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당이 한 약속이니 관련 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당 정책위에서 법안 검토가 거의 마무리 됐다”며 성안 단계에 있음을 시사했다. 개별소비세법과 국민건강증진법, 지방세법 등 관련법을 개정해 담뱃값을 현 4,500원에서 2,500원으로 내리는 게 주요 내용이다. 2년마다 물가상승분을 반영하도록 했다.
앞서 대선 때 홍 대표는 “담배는 서민들이 주로 홧김에 또는 못 끊어서 피우는 것인데 이를 이용해 서민의 주머니를 털어 국고를 채우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담뱃값을 인상 전 수준으로 돌려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 담뱃값은 박근혜 정부 때 인상한 것으로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한국당 전신)도 지원했다. 흡연율을 낮추겠다는 게 당시 정부 여당의 명분이었으나, 서민 주머니를 털어 부족한 세수를 메운다는 비난이 일었다. 지난해 담배 세수는 인상 직전 해보다 5조원이 더 걷혀 12조원을 넘어섰다.
한국당은 유류세 인하도 추진 중이다. 홍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 배기량 2,000㏄ 미만 모든 차종의 유류세를 절반으로 인하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치성 소비재가 아닌 생활 필수재임에도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취지에서다. 당시 한국당은 유류세 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액은 약 7조2,000억 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당은 이번엔 담뱃값 복귀와 유류세 인하를 두고 공약 이행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근본적으로는 문재인 정부를 향한 ‘몽니성 법안’으로 해석된다. 한국당은 정부 여당의 ‘수퍼리치 증세’, ‘핀셋 증세’ 프레임에, ‘포퓰리즘 증세’, ‘세금 폭탄’이라고 맞서고 있다.
당장 여당은 발끈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신들이 올린 담뱃세를 이제와 내리자는 발상은 과거에 내세운 명분이 모두 거짓말이었음을 실토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대표는 “1야당의 세금폭탄 마타도어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세금 문제는 국민 앞에 정직한 자세로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야권에서도 비판이 빗발친다. 김세연 바른정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의원ㆍ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국민 건강을 이유로 담뱃값을 인상한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에 와서 다시 내린다는 건 자가당착”이라며 “한마디로 코미디”라고 지적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또 “문재인 정부 흔들기 수단으로 한국당이 감세안을 들고 나온 것”이라며 “미래 세대를 위한 재정건전성 수호를 사명 중 하나로 해야 하는 보수정당으로서 정체성을 버린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스스로 ‘포퓰리즘 정당’이란 것을 증명한 꼴이 됐다”며 “정체성 없이 몰락하는 한국당에 있는 의원들은 침몰하는 배에서 나와 바른정당이라는 구축함으로 옮겨 타라”고 주장했다.
한국당 정책위 관계자는 “담뱃세와 유류세 인하 방침은 이달 6일 이미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정책위의장이 대선 공약 이행 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사안”이라며 “정부의 증세 방침에 발목 잡기 법안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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