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에서 일부 시민들과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 몸싸움과 욕설이 오가는 소란이 벌어졌다. 시민들 가방과 휴대폰에 걸려 있는 세월호 추모 리본이 다툼의 원인이었다.
26일 오전 이 부회장 재판을 방청하고 나온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 20여명과 시민 5명은 순식간에 서로를 향해 법원이 떠나갈 듯한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 보이는 무리는 “저런 것들이 왜 방청을 하러 온 것이냐”며 시민들을 손으로 밀려고 달려들기까지 했다. 법원 공무원들과 또 다른 시민들이 양측을 말려 소동은 10분만에 종료됐지만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국정농단 재판이 연일 이어지면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이를 보도하는 취재진과의 마찰은 종종 발생했지만, 이날 소동은 일부 시민들의 가방과 휴대폰에 걸려 있는 세월호 리본이 발단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피해 법원 밖으로 피한 시민 5명은 “휴대폰에 단 노란색 세월호 리본을 보더니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먼저 욕설을 하며 ‘나가라’고 시비를 걸었다”고 설명했다.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이들은 자신들을 서울 은평구 녹번동 철거민이라고 밝혔다. 철거 지역을 재개발하는 업체가 삼성물산이고, 이 부회장 등 삼성 전ㆍ현직 임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날 처음 법원을 찾아 방청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