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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S)만 입어라…마른 몸매 강요 받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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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S)만 입어라…마른 몸매 강요 받는 여성들

입력
2017.07.26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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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서울 명동역 6번 출구 앞에서 여성환경연대 회원들이 다양한 사이즈의 마네킹을 세워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무 기자
26일 오전 서울 명동역 6번 출구 앞에서 여성환경연대 회원들이 다양한 사이즈의 마네킹을 세워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무 기자

“미디엄(M) 사이즈는 없나요?”

대학생 이수정(24)씨는 26일 치마를 사려고 서울시내 백화점 여성복 매장을 들렀다가 빈 손으로 돌아서야 했다. 마음에 드는 게 있었지만, 치수가 맞지 않았던 것. 혹시나 하는 마음에 ‘M 사이즈’를 문의했다가 “그 옷은 스몰(S) 사이즈까지만 나오고 M 사이즈는 나오지 않습니다“라는 대답에 얼굴만 붉어졌다. 이씨는 “이런 경험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옷을 사면서 국내 여성 의류 중에 넉넉한 사이즈를 만들지 않는 곳이 꽤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 이씨가 가진 느낌은 ‘그만의 것’이 아니었다. 여성환경연대가 국내에서 판매되는 여성 의류 148벌(브랜드 기준 31개)을 조사한 결과를 이날 공개했는데, S 이하 사이즈만 파는 의류가 88벌에 달했다. M 사이즈 이상을 입는 사람들은 마음에 드는 옷 5벌 중 3벌은 아예 구입을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다. 31개 브랜드 중 S 이하 사이즈 옷만 만드는 곳도 23개에 달했다.

여성환경연대는 “이 중 해외 브랜드 옷은 4벌뿐이고, 나머지 84벌이 모두 국내 브랜드였다는데 주목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만큼 국내 여성 의류 브랜드 사이즈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것. 대학생 김모(23)씨는 “키 160㎝에 59㎏인데 국내 브랜드 S 사이즈는 터무니 없이 작고, 그보다 큰 사이즈를 찾긴 너무 어렵다”며 “국내 브랜드 매장을 가면 내 몸이 너무 뚱뚱한 것인지 괜한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특히 ‘여성스러운’ 옷일수록 사이즈가 더욱 한정적이었다. 치마의 경우 XL 사이즈보다 큰 옷을 생산하는 곳은 조사 대상 26개 브랜드 중 단 2개(7.7%)에 불과했다. 블라우스도 31개 브랜드 중 8개(25.8%) 정도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여성들은 “기성 브랜드에서 치마를 사는 건 꿈도 못 꿀 일”이라고 체념할 정도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은 “국내 의류업체가 작은 사이즈를 주로 생산하면서, 여성들에게 ‘마른 몸매’가 ‘표준’이며 ‘정상’이라고 강요하고 있다”며 “다양한 체형의 여성들이 ‘정상’의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들 몸에 맞는 옷을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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