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지원배제 보고 못 받은 걸로 판단
조윤선 “법원이 오해 풀어줘 감사” 석방
조윤선(51)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고, 집행유예로 자유의 몸이 됐다.
김앤장 최초 여성 변호사, 문화를 사랑하는 정치인이라는 수식이 붙던 조 전 장관이 ‘영욕의 세월’을 겪게된 건 18대 대선 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까닭이다. 당선인 대변인, 여성가족부 장관, 정무수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거치며 승승장구할 것만 같던 조 전 장관은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블랙리스트’ 수사가 시작되면서 그는 올해 1월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함께 블랙리스트 사건의 주범으로 찍혀 구속됐다.
관련기사 ☞ ‘블랙리스트’ 엇갈린 판결… 김기춘 유죄ㆍ조윤선 무죄
하지만 지난 4월 조 전 장관 재판이 시작되자 법정에 나온 증인들의 말이 엇갈렸다. 그와 함께 근무한 청와대 비서관은 블랙리스트를 완곡하게 표현한 ‘건전콘텐츠 활성화 TF’와 관련해 “조 전 수석이 이를 지시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증언한 반면, 문체부 공무원은 “조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에 대해 보고해 달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법정에서 “블랙리스트를 알았다면 당장 중단했을 것이고, 누가 됐든 이렇게 처리하면 안 된다고 설득했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남편이자 변호인인 박성엽 변호사 역시 이달 3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한 적이 없다’라고 외치는 것뿐이었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 주장을 받아들였다. 조 전 장관이 정무수석 재직할 당시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부터 블랙리스트 명단을 작성했거나 이를 토대로 지원배제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조 전 수석에게 보고했다면 지원배제 업무가 중단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후회가 된다”는 정관주 전 비서관의 증언은 결정적인 무죄의 증거가 됐다. 조 전 장관은 선고 직후 서울구치소를 빠져 나오면서 “법원이 오해를 풀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다만 지난해 국회 국정농단 청문회 당시 블랙리스트 실상에 대해선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거짓 답변을 했다는 혐의(위증)에 대해선 유죄가 인정돼, ‘문화ㆍ예술계를 사랑한다’는 그에게 면죄부가 주어진 건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