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주 증언이 결정적 역할
조윤선 측 “오해 풀어줘 너무 감사”
조윤선(51)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함께 재판을 받은 피고인들 중 유일하게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관련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 받았다. 문화ㆍ예술단체 지원배제 업무가 진행되고 있던 지난 2014년 6월 부임한 조 전 장관이 관련 업무를 인계 받았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항소할 가능성이 커 혐의를 둘러싼 공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7일 법원이 조 전 장관의 블랙리스트 지시ㆍ작성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배경에는 같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은 청와대 관계자들이 ‘조 전 장관은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한 증언이 결정적이었다. 같은 혐의에 대해 유죄를 받은 정관주 청와대 비서관은 블랙리스트를 완곡하게 표현한 ‘건전콘텐츠 활성화 TF’와 관련해 “조 전 수석에게 업무에 대한 지시ㆍ보고ㆍ승인을 받은 적이 없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또 “조 전 수석에게 보고했다면 지원배제 업무가 중단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후회가 된다”는 그의 증언도 재판부 심증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정무수석으로 부임한 뒤 블랙리스트를 보고 받았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조 전 장관도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법정에서 “블랙리스트를 알았다면 당장 중단했을 것이고, 누가 됐든 이렇게 처리하면 안 된다고 설득했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남편이자 변호인인 박성엽 변호사 역시 결심공판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한 적이 없다’라고 외치는 것뿐”이라며 호소했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조 전 장관은 집행유예를 선고 받아 자유의 몸이 된 직후 “법원이 오해를 풀어줘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지만,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면죄부를 받은 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재판부가 “정무수석실에서 문체부의 지원금 문제에 관해 의견을 개진하고 점검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정이 일부 인정된다”고 지적한 부분은 향후 항소심 재판에서 다툴 만한 쟁점이다. 실제 재판과정에서 “조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에 대해 보고해 달라는 말을 했다”고 증언한 문체부 공무원도 있었다.
더욱이 지난해 국회 국정농단 청문회 당시 블랙리스트 실상에 대해선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거짓 답변을 했다는 혐의(위증)도 유죄가 인정돼, ‘문화ㆍ예술을 사랑한다’고 주장해온 조 전 장관은 신뢰를 잃었다는 평가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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