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에서 벗어난 경험과 휴식은
4차 산업혁명의 적응력 길러 줘
“정부가 법률제정 적극 검토해야”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은 2020년 가장 필요한 경쟁력을 창조적 상상력으로 꼽았습니다. 창의적 사고를 위해서는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해야 합니다. 일에 쫓기지 않은 여유와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세계적 컨설팅 그룹인 맥킨지앤컴퍼니의 글로벌 학습 책임자인 닉 반 담 니엔로드경영대 교수는 지난 5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과 가정의 양립은 국가나 기업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하버드대 연구진이 다양한 계층과 직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개인의 행복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기 계발, 개인적 인간 관계, 확실한 삶의 목표 여부였습니다. 모두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유지해야 가능한 것들이죠. 결국 그 균형을 지킬수록 행복할 가능성이 높은 셈입니다.”
반 담 교수에 따르면 노동시간 단축은 일 하는 시간을 줄이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줄어든 근무시간만큼 자기 계발을 하고, 가족을 비롯한 인간 관계에 힘써 행복을 극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단 여기서 자기 계발은 업무의 연장이라 할 만한 교육과 트레이닝이라기보다 “긴장을 풀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라고 반 담 교수는 덧붙였다.
업무에서 몰두하는 삶에서 벗어나 다양한 경험, 자기 자신에 대한 휴식과 확신을 갖는 일은 어떤 변화가 올지 모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할 힘을 길러주는 데 특히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기술의 발전은 선악의 이중성이 있습니다. 일터와 가정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할 수 있지만 개인의 책임도 증가합니다. 결국 노동자 부담만 늘어난다는 비판도 있죠.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물론 큽니다. 이럴 때 여유를 갖고 개개인들이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다면 이런 두려움을 최소화하고 사회는 지속 성장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기업 역시 직장을 단순한 일터가 아닌 기업과 직원 모두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학습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 해야 하며 이를 위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실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 담 교수는 한국 정부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실현하기 위해 장기 비전을 마련하라고 제언했다. 노동시간 단축을 포함한 전략적 목표를 세우고, 사회적 동의를 얻기 위한 방법과 다양한 계층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을 포함해야 한다. 정부는 법률 제정을 적극 밀어붙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일과 가정의 양립에 적극 참여하는 기업을 지원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하고 일부 계층이 반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는 결과로 돌아온다면 이런 불만은 사라질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브뢰컬린(네덜란드)=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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