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몰렸다. 꽃 같던 선배들이 돌아왔다. 한 달이 지났다. 희망이 어렴풋이 보인다. 과연 옛 영화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KBS2 코미디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개콘’)를 향한 사람들의 물음이다.
‘개콘’은 지난달 개그맨 김대희를 필두로 강유미 신봉선 박휘순 안상태 ‘OB멤버’ 들이 합류했다. 국민 코미디 ‘개콘’의 절정을 누렸던 이들은 2014년 하반기부터 추락해 마지막 숨을 헐떡이고 있는 ‘개콘’을 심폐소생하기 위해 귀환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지난달 2일 복귀 첫 방송의 시청률은 7.7%(닐슨코리아 집계)에 불과했고, 23일 방송은 7.5%로 지난 10년 간 최저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래도 실망하긴 이르다. 김대희 신봉선이 꾸민 새 코너 ‘대화가 필요해 1987’(예전 인기 코너 ‘대화가 필요해’의 과거형 버전)가 호평을 받으면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드리우고 있다. 돌아온 옛 멤버들은 과연 잿빛 구름 아래 놓인 ‘개콘’에 무지개를 띄울 수 있을까. 31일 서울 여의도 KBS 인근에서 김대희와 신봉선 강유미를 만나 각오와 포부를 들었다.
“일주일 8번 만나 회의… 모바일 대화방서 의견 나눠”
세 사람은 요즘 ‘개콘’의 낮은 시청률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크게 신경 쓰진 않는단다. 김대희는 “OB멤버들이 복귀했다고 해서 당장 시청률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제작진과도 이야기 했다”며 “‘개콘’이 파일럿프로그램일 때부터 출연한 경험으로 봐선 최소 3개월은 지나야 시청률이 움직이더라”고 말했다. “이제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이란 의미다.
세 사람의 각오는 단단했다. 김대희는 2년 8개월 만에, 강유미와 신봉선은 8,9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으니 당연했다. 신봉선은 “(멤버들끼리) 일주일에 8번은 만난다”며 “정말 공이 많이 들어가는 프로그램이란 걸 요새 다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개콘’은 프로그램 특성상 개그맨들이 아이디어 회의를 거쳐 코너를 기획하고, 제작진과 상의해 코너를 시연해 본 뒤 무대에 올린다. 무대까지 가서도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녹화단계에서 잘려 나간다. 베테랑인 세 사람도 신인 시절처럼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신봉선은 “복귀한 지 첫째, 둘째 주는 뻗었다. 기가 빨려서”라며 웃었다. 신봉선은 ‘봉숭아학당’에서 ‘신봉선녀’ 역할을 맡아 복귀했는데 ‘개콘’의 옛 인기 캐릭터 ‘출산드라’와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신봉선녀’는 첫 녹화 직전까지 세 번을 바꾼 캐릭터였다.
강유미는 “기대했을 분들에게 실망을 안겨줄까 봐 복귀할 때 스트레스가 컸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김대희는 “제작진의 한 마디에 복귀를 결정 했다”고 했다. “부담 가질 필요 없고, 후배들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든든한 존재”라는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
이들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노리면서도 선배로서 후배들을 챙겨야 한다. 각 코너마다 모바일 단체대화방을 운영하며 실시간으로 의견을 서로 나누고 있다. 김대희는 “‘봉숭아학당’을 보다가 우연히 화면에 잡힌 후배의 반응 연기가 부족하면 단체방에서 조언을 한다”며 “개그는 찰나를 놓치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개코미디 형식 바꿔? 아직 못해본 게 더 많아”
3년여 전부터 부진의 늪에 빠진 ‘개콘’을 두고 “확 바꿔라!”고 충고하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방송가에서도 “공개코미디의 수명이 다 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세 사람은 “해보는 데까지 해봐야 한다”고 손사래를 친다.
김대희는 “어느새 (‘개콘’이) 19년이 돼 공개코미디의 한계가 왔다고들 한다”면서도 “아직 못 해본 게 더 많다”고 했다. 그는 유민상의 코너 ‘힘을 내요! 슈퍼 뚱맨’에 컴퓨터그래픽(CG)이 활용된 걸 예로 들었다. “예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상당히 신선한 시도”라는 것이다. “최근에 유행하는 야외버라이어티 예능처럼 야외에서 찍은 영상을 무대 위 연기와 연결시키는 코너를 개발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김대희는 “전 연령대를 아우를 수 있는 코너는 없다”며 “프로그램 전체적으로 각 연령대를 겨냥한 코너를 골고루 만들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신봉선도 “‘대화가 필요해 1987’에서 과거를 상기시키는 내레이션이 새로웠다”고 했다. 그는 “갑자기 모든 걸 바꿔버리면 ‘개콘’이 아니지 않나”고 반문도 했다. 강유미는 “복귀했을 때 ‘개콘’의 특성상 전 연령대를 웃겨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며 “그래서 인터넷 문화를 보여주고 싶어 ‘봉숭아학당’에서 BJ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여성 캐릭터가 주도하는 코너 부활도 이들에게 놓인 과제다. ‘분장실의 강선생님’으로 인기를 누렸던 강유미는 “요즘 신봉선, 오나미 등 후배들과 (여성 주도 코너에 대한) 얘기를 자주 한다”며 “꼭 해보고 싶고, 연구해서 무대에 올려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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