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3일 재판에서도 뇌물공여 혐의를 적극 부인했다. 박근혜(65) 전 대통령과의 독대자리에서 부정한 청탁이 없었고, 최순실씨 딸 정유라(21)씨를 알지도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자신과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뇌물공여 등 혐의 재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를 앞두고 최지성 당시 미래전략실장 등으로부터 정유라 지원 현황을 보고 받고 경제적 지원 사항을 확인했느냐’는 삼성 측 변호인 물음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은 독대를 대비해 삼성 현안 관련 자료를 준비하도록 지시하지도 않았다고도 했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성사에 도움을 주는 것을 포함해 승계작업을 도와주는 대가로 정유라의 승마 지원을 요구했느냐’는 변호사 물음에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또 2015년 7월 25일 독대한 박 전 대통령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인 삼성이 올림픽 승마 유망주 지원을 제대로 안 한다고 질책을 했지만 그것이 곧 정유라에게 승마 지원을 해주라는 의미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거듭 말했다. 이 부회장은 그때 최순실 모녀의 존재 자체를 몰라서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의 질책을 받을 당시 “눈빛이 ‘레이저’ 쏘는 것 같았다”고 표현한 데 대해선 “제가 아버님(이건희 회장)께 야단을 맞은 것 빼고는 야단맞은 기억이 없는데, 여자 분한테 그렇게 싫은 소리 들은 것도 처음이어서 당황했던 것 같다”라며 “제가 한번 거르고 전달했어야 했는데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화보다는 (지원이) 못하다’는 박 전 대통령 말을 듣고 자존심도 상했나”라는 삼성 측 변호인 신문에 “예”라고 답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그리 혼이 나고도 이후 자신이 승마 지원 과정을 직접 살피지 않은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의문이다. 이 부회장은 “실무 레벨에서 다 해결이 되겠거니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지성 전 미전실 실장이 자신에게 “승마 지원 잘 돼가고 있다”고 해서 알아서 잘 돌아가겠거니 여겼다고도 했다. 이 부회장은 2차 독대 뒤 정유라만을 위한 삼성의 은밀한 전폭적 지원 실행 과정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해 2월 15일 3차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이 “정유라 잘 지원해줘서 고맙다”고 말하지 않았다며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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