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8일, 한 낮의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뜨거운 더위 속에서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한 공장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공장 직원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만들고 있던 건 13년 동안 국산 명맥이 끊겼던 바이닐 레코드(LP)였다.
국내에서 유일한 LP 공장을 가동 중인 마장뮤직앤픽처스는 음반 녹음부터 LP 제작까지 전 과정을 국내에서 진행한다. 음원을 녹음하고 원판에 소리골을 새기는 마스터링 작업은 서울 성동구 마장동의 스튜디오에서, 이후 소리가 새겨진 원판으로 LP를 제작하는 생산 공정은 성수동의 이 LP 공장에서 진행된다.
스튜디오와 공장을 오가는 LP 생산 공정은 복잡한 과정만큼이나 까다로운 기술력을 요구한다. 2011년 문을 열었던 한 LP 공장은 기술 부족으로 인한 품질 문제로 2014년 문을 닫았다. 마장뮤직앤픽처스는 3년간의 연구 끝에 LP 품질을 좌우하는 PVC 원료와 프레스 머신을 자체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관계자는 ‘자체 기술로 LP 품질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기술이 생명인만큼 숙련된 인적 자원 역시 중요하다. 원판에 소리골을 새기는 과정에선 오랜 경력을 가진 엔지니어의 섬세한 조율이 핵심이다. 원판을 화학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역시 세심한 손길이 필요하다. 제품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데까지 LP 제작 과정에서 사람 손이 안 닿는 영역은 없다.
아날로그 음악 문화의 성장과 함께 다시 돌아온 국산 LP. 음악이 사람의 손 끝에서 하나하나 새겨지는 과정을 영상으로 확인해보자.
김창선 PD changsun9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