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대 등 대학 구조조정 가속도
교수들은 비위집단으로 몰리고
학생들 편입학 절반도 못해
정부 ‘폐교 관리망’ 재정비 필요
폐교 수순을 밟는 서남대 학생과 교직원 등 구성원이 편입과 재취업 등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의 미흡한 ‘폐교 관리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폐교한 10개 대학의 상당수 구성원들이 여전히 안정적으로 정착하지 못한 데다, 앞으로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구조조정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역대 폐교된 대학은 광주예술대, 아시아대, 명신대, 건동대, 선교청(성민)대, 성화대, 경북외국어대, 한민학교, 벽성대, 인제대학원대 등 10곳이다. 이 가운데 건동대와 경북외대, 한민학교, 인제대학원대는 자진 폐교했고 나머지 6개 학교는 교육부로부터 강제 폐교 조치됐다.
이들 대학 폐교는 대체로 학교법인이나 대학 임원들의 비위로 학교 재정이 흔들리면서 비롯됐다. 최근 논란이 된 서남대 전 이사장 이홍하씨가 총장이던 광주예술대는 이씨가 교비 400억원을 가로챈 후 학내분규가 커지면서 2000년 3월 교육부로부터 사상 최초로 폐쇄 명령을 받았다. 아시아대와 성화대, 한민학교는 재단 설립자가, 명신대와 선교청대, 경북외대, 벽성대는 학교 총장ㆍ부총장 등이 회계부정 등을 저지르면서 학교 붕괴를 촉발했다.
문제는 임원 부정에서 비롯된 학교 폐쇄의 피해가 고스란히 구성원들 몫이 된다는 점이다. 우선 교수 및 교직원에 대해서는 폐교 이후 대책이란 게 거의 없다. 이들의 임용권자는 사립학교법상 학교법인이기 때문에, 학교법인이 이들의 구제책을 적극 모색하지 않는 한 달리 손 쓸 방법이 없다. 이들 폐교 교수진들의 모임인 전국폐교대학교권수호를위한교수연합회의 이덕재 대표(전 성화대 교수)는 “연합회 소속 교수 60여명 가운데 다른 대학에 채용된 사람은 5명 남짓이고, 이마저도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라며 “학교는 임원진 비리로 폐교했는데 교수들마저 함께 비위 집단으로 몰리면서 꼬리표가 붙어 재취업이 불가하다”고 토로했다.
학생들 역시 정부가 나서 인근 학교로 특별편입을 돕는다 해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4년 발간한 정책자료집에 따르면, 2012~2014년 폐교한 명신대 성화대 벽성대 3곳의 재적 학생 2,116명 중 특별 편입에 성공한 이들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920명(44%)에 불과했다. 일부 학교들이 유사 전공이 없고 학생 입학 수준의 차이가 크다는 이유로 특별편입을 거부한 영향이 컸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부는 첫 폐교 사례가 나온 이후 17년여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또다시 서남대 사태를 직면하게 됐다.
더 큰 문제는 학력인구 급감으로 향후 강도 높은 대학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더 빨라질 구조조정에 대비해 폐교 이후의 관리망 구축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폐교 결정 전부터 폐교 이후까지 법인이나 구성원을 관리하는 별도의 기구 설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중범 중앙대 국가대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대학구조조정이 강화될 전망인 만큼 폐교 대학의 재산 청산, 교직원 및 학생 정착 문제는 앞으로 큰 사회적 논쟁거리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한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전담 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 능력을 충족하는 폐교 예정 대학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보장해 구성원의 재정착 시간을 확보해줘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안동인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폐교가 예상되는 대학들 중에는 부실대학도 있지만 경영자 비위가 주요 문제이지 여전히 교육능력을 갖춘 곳도 적지는 않다”며 “폐교가 예고되면 해당 대학의 교육 능력을 검증해보고, 일정 수준 이상이면 2,3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줘 학생 졸업이나 교직원 취업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역대 폐교 대학
<자료: 교육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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