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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만원 받던 80대 노인, 수급액 67만원으로 높아지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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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만원 받던 80대 노인, 수급액 67만원으로 높아지는 까닭은

입력
2017.08.1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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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로 보는 기초생활수급제도 변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빈곤가구를 방문해 살림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빈곤가구를 방문해 살림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2000년 국민기초생활제도가 시행된 이후 수많은 빈곤층이 혜택을 받았으나, 부양의무자 족쇄 등에 묶여 아직도 비수급 빈곤층은 93만명에 이른다. 10일 보건복지부가 부양의무제도의 단계적 폐지 계획을 비롯한 제도 개선 계획을 밝히면서 국내 저소득층이 어느 선까지 혜택을 받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원 확대 내용을 사례를 통해 살펴봤다.

사례 1. 노-노, 노-장애인 가구끼리 부양 없어진다

오는 11월부터 노-노, 노-장애인, 장애인-장애인 가구끼리의 부양이 없어진다. 물론 부양의무자가 소득·재산 하위 70%이고 중증장애인이어야 한다는 단서는 달렸다.

15년 전 이혼 후 홀로 사는 문모(81)씨는 2009년부터 여섯 차례나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세 자녀 중 큰딸이 부양능력이 있다는 이유였다. 큰 딸은 중증장애가 있는 손주를 돌보느라 문씨까지 부양할 여력이 없었다. 문씨의 월 소득은 기초연금 20만 6,050원이 전부다. 월세(16만7,000원)를 내면 남는 돈은 4만원 남짓이다.

11월부터 문씨는 수급자가 된다. 앞으로 문씨는 현재 받는 기초연금에 생계급여 28만9,000원, 주거급여 17만3,000원를 더해 월 소득이 66만9,000원으로 늘어난다. 의료급여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내년 10월부터는 주거급여에 대해서는 부양의무제가 완전히 없어지기 때문에, 노-노, 노-장애인 등이 아니더라도 부양의무자 가구의 소득과 상관없이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시기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순서/2017-08-10(한국일보)
시기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순서/2017-08-10(한국일보)

사례 2. 월세 지원 늘리지만, 혜택은 아직 부족

주거급여자에게 직전 3년간의 주택임차료 상승률(약 2.4~2.5%)을 적용하던 예년과 달리 내년에는 지역에 따라 올해 대비 2.9~6.6% 인상한 주거비용을 지급한다. 그러나 당장 혜택은 크지 않다.

신장이 좋지 않아 ‘근로무능력’ 판정을 받고 수급자가 된 김모(56)씨는 어렵게 구한 서울 언덕배기 옥탑방의 월세로 25만원을 낸다. 현재 지원받은 주거급여는 20만원이어서 월 20만원짜리 월셋방을 구하려 했지만 쉽지 않다. 결국 김씨는 생계급여 49만원에서 임차료 5만원을 보태고 남은 44만원으로 생활한다. 내년에 김씨의 주거비 지원은 21만3,000원(1인 가구 기준)으로 상향된다. 인상액이 1만3,000원으로 그리 크진 않다. 정부는 2019년 이후에도 단계별 인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자가가구에 지원하는 주택수선 보수한도액도 내년부터 8% 인상한다. 거주 환경이 열악한 수급 가구가 집을 보수할 경우 378만(수선주기 3년)~1,026만원(수선주기 7년)을 지원받을 수 있다.

사례 3. 의료급여 수급자 틀니 본인 부담 27만원→6만7,000원

의료급여 수급자들도 병원비가 전부 무료인 것은 아니다. 본인부담 비율이 있다. 그 비율이 낮아진다.

경기도 화성에 사는 의료급여 1종 수급자인 박모(73)씨는 아래 앞니 3개를 사용할 수 없어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 부분 틀니를 해야 하지만, 비용이 부담돼 망설이고 있다. 부분틀니 비용 134만원 중 20%인 27만원을 내야 하는데, 김씨에게 27만원은 한 달 생활비의 절반을 훌쩍 넘는 액수다.

올해 11월부터 김씨가 내야 할 돈은 6만7,000원으로 줄어든다. 1종 의료급여 수급자의 노인틀니 본인부담금 비율이 20%에서 5%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내년 7월부터는 임플란트의 본인부담률도 20%에서 10%로 낮아진다.

사례 4. 수급자 중고생, 문제집 비용 걱정 없앤다

교육급여를 받는 고교생 A군은 문제집을 살 돈이 항상 부족하다. 입학금ㆍ수업료는 면제 받지만, 그 외 추가 부대비용들은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문제집 한 권 값이 1만5,000원 가량인데, 기초생활수급 초ㆍ중ㆍ고교생에게 부교재비 명목으로 연간 지원되는 비용은 각각 4만1,200원에 불과했다. 정부가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추산한 최저교육비 대비 초등학생은 31.4%, 중학생은 19.4%에 불과한 액수다. 그나마 중고생은 학용품비 5만4,100원이 지원됐지만 초등학생은 이마저도 없다.

정부는 내년 부교재비를 초등학생 6만6,000원, 중고생은 10만5,000원으로 올린다. 학용품비는 초등학생 몫이 처음 신설돼 5만원을 지원하고, 중고생 학용품비는 내년 5만7,000원으로 오른다. 2020년까지 부교재를 중고생의 경우 20만9,000원으로 최저교육비(20만8,860원) 수준을 맞출 예정이다.

사례 5. 10년 안된 자동차 구입해도 수급자 탈락 안 한다.

현재 장애인 사용 또는 생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는 1,600cc 이하이면서 10년 이상 또는 차량가액 150만원 미만이 아니면 100% 월 소득으로 환산돼 사실상 수급자에서 탈락한다.

충북 제천시에 거주하는 B(45)씨는 초등 6학년 딸과 함께 기초생활 수급으로 살아가고 있다. 딸과 동생네라도 가려면 차가 필요하던 중에, 지인이 2009년식 구형 승용차를 주겠다고 했지만 주민센터에 문의하니 수급에서 탈락할 수 있다고 해서 차를 포기해야 했다. B씨는 내년에는 지인이 주는 차를 소유할 수 있다. 내년부터 1,600cc 이하인 자동차 중에 7년 이상 또는 350만원 미만인 경우 4.17%만 월 소득으로 환산된다.

이 외에 하루 8시간씩 근무해야 해서 미혼모 등이 이용하기 어려웠던 자활근로에 시간제가 도입돼 시간 선택이 가능해진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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