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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아동 도와달라며…기부금 128억 빼먹은 사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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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아동 도와달라며…기부금 128억 빼먹은 사기단

입력
2017.08.1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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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1개 지역 콜센터 차리고

“아이들에 장학금” 무작위 요청

피해자 3년간 4만9800명 달해

요트ㆍ외제차 구입 등 호화생활

후원단체 회장ㆍ대표 등 6명 입건

불우 아동을 돕는다며 기부금 128억원을 받아 가로챈 기부단체 윤모 회장과 직원들이 그 중 일부로 구입한 요트에서 파티를 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제공.
불우 아동을 돕는다며 기부금 128억원을 받아 가로챈 기부단체 윤모 회장과 직원들이 그 중 일부로 구입한 요트에서 파티를 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제공.

“안녕하세요? 선생님. 거주하시는 지역에 소외계층 아이 한 명을 도와주시면 아이에게 교육 혜택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기본적인 교육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참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난 2014년 직장인 이모(49)씨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소외 계층 아동에게 교육 지원을 할 수 있다는 한 후원단체 문의 전화였다. 나름 고액 연봉을 받고 있으면서 여기저기 기부도 해왔던 터라 이씨는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할 것”이라는 말에 끌려 별다른 고민 없이 후원을 결정했다.

실제 기부를 시작한 이씨는 해당 단체 홈페이지에 들러 어떤 아이에게 자신의 기부금이 전달되는지 확인하면서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홈페이지에 회원번호를 입력하면 아이의 이름이 등장하는데, 심지어 자신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아이였다. 그렇게 3년 동안 이씨는 매달 3만원씩 이 단체로 기부금을 보냈다.

하지만 올해 이씨가 가졌던 뿌듯함은 배신감으로 변했다. 해당 단체가 장학금이 아닌 ‘교육 동영상’을 개발해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이씨는 “애초에 이런 방식의 ‘교육 혜택’이었다면 기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체에 항의했다. 실제로 후원하는 아이에게 교육 동영상이 제공됐는지도 의심스러웠다.

의심은 사실이었다. 알고 보니 이름만 그럴싸한 사단법인(기부단체)과 주식회사를 세워 후원자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은 뒤 주식회사 계좌로 받은 후원금을 빼돌리고 있었다. 인천, 의정부 등 전국 21개 지역에 지점(콜센터)을 차리고, 개인정보 2,000만개가 수록된 자료를 사용해 무작위로 이씨에게 한 것과 같은 ‘후원 요청 전화’를 돌리는 수법을 사용했다. 만일 후원자 중에 후원 내용을 확인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으면 개인정보보호 등을 핑계로 거절하면서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확인할 수 없게 하기도 했다.

2014년 2월 1일부터 약 3년 간 이 단체에 기부한 피해자만 4만 9,805명. 기부금만 128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장학금으로 지급된 돈은 ‘한 푼’도 없었다. 단체가 말했듯 교육 동영상을 만드는데 사용된 금액은 2억여원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단체 본점과 지점이 각각 6대4 비율로 나눠 가지고, 본점이 가져간 돈 중 일부는 회장 윤모(54)씨가 자신의 아파트 구입비와 유흥비, 요트와 고급 외제차인 벤츠 구매 등 호화 생활을 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런 사실을 적발해 후원단체 회장 윤씨와 주식회사 대표 김모(37)씨를 상습사기 및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1일 밝혔다. 법인 관계자 4명도 불구속 입건하고, 각 지점에서 주도적으로 기부금을 모금해 챙긴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추가 수사를 할 예정이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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