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마리의 보금자리, 제주 유기동물 보호센터를 가다
KB금융연구소가 지난 5월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제주도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전체 가구의 38%에 이른다. 전남과 함께 전국 반려동물 양육률 1위다.
하지만 그만큼 도내 유기동물이 계속 급증하고 있어 반려동물 문화도 성숙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제주 첨단동길 유기동물 보호센터에 입소한 동물은 2014년 1,767마리, 2015년 1,888마리, 2016년 3,027마리로 매년 크게 늘고 있는데 올해는 7월 기준 3,039마리를 기록해 이미 지난 해 입소 수를 넘어섰다. 주인에게 돌아가거나 입양되는 비율은 40%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보호소에서 자연사나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다. 현재 보호소에서 지내는 유기동물은 300여마리다. 유기동물이 보호센터에 머무는 기간은 평균 40일인데 아프거나 공격성이 강한 동물들이 우선 안락사 된다.
제주 유기동물 보호센터는 대전, 대구에 이어 광역단체가 운영하는 세 번째 보호소다. 이 곳에 있는 대부분의 유기동물은 시민들의 신고로 구조되는데 개가 90%를 차지해 고양이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제주 보호센터의 경우 이미 유기동물의 수가 포화상태를 넘어섰다. 보호소 관리를 담당하는 제주 동물위생시험소 조성철 수의사는 “관광객들이 눈에 띄는 유기 동물들을 지나치지 않고 신고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제주에 새로 정착한 사람들이 늘면서 유기 동물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를 풀어 키우는 제주 풍습도 유기견 증가에 한 몫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인 제주동물친구들의 김미성 팀장은 “풀어놓고 키우는 대부분의 개들이 중성화 수술을 받지 않아 기르는 동물의 수가 늘어나게 된다”며 “장년층과 노년층은 동물을 등록하지 않거나 이름표를 달아주지 않고 있으며 개들이 사라져도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해 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한 유기동물 중 98%는 등록이 되지 않았다. 개가 사라지면 5일장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강아지들을 다시 사서 기르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보호센터에 들어서니 가장 먼저 대형견들이 보였다. 혼종견들이 대부분이지만 리트리버, 시베리안 허스키, 스탠더드 푸들 등의 품종견들도 있다. 조 수의사는 “외지에서 와서 제주에 정착한 사람들이 실내에서 주로 키우는 품종견뿐 아니라 전원주택에 살며 리트리버, 보더콜리 등 대형견을 많이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견사 옆에 갓 태어난 강아지들이 꼬리를 흔들며 반겼다. 대부분 혼종견이었는데 어린 강아지일 수록 입양 될 가능성이 높지만 강아지 보호 공간도 한정되어 있어 안락사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시추, 푸들 등 소형 품종견은 실내 보호소에서 지내고 있다.
제주는 품종견을 기르는 가구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진도 혼종견이 많다. 보호소에 입소되는 대부분의 개들이 진도 혼종견인데 그러다 보니 입양이 잘 되지 않는다.
인력이 부족해 자원봉사자들이 입양 홍보를 돕고 있으나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호소를 찾는 사람들 가운데 많은 수가 보호소의 홍보보다는 보호소 동물을 소개하는 응용소프트웨어(앱) ‘포인핸드’를 통해 찾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제주 유기견을 줄이려면 동물등록을 강화하고 중성화 수술을 통해 개체 수를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제주동물친구들은 풀어 키우는 개들의 무분별한 개체 수 증가를 막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47마리에게 중성화 수술을 시행했다.
조 수의사는 “연말까지 동물보호센터 보호동을 추가로 신축해 보호할 수 있는 동물의 수를 늘릴 것”이라며 “하지만 유기동물 수가 급증하고 있어 반려동물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제주=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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