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대규모 폭력시위가 일어나 1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해당 지역엔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휴가 중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자제를 호소하는 등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CNN을 비롯한 미 언론들은 이번 사태를 ‘버지니아의 테러’로 규정했다.
12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시작된 과격 시위는 이날 최대 6,000명까지로 늘어나면서 더욱 폭력적으로 변해갔다. 시위대는 샬러츠빌 이멘서페이션 파크(리 파크)에 모여 나치 상징 깃발을 흔들고 “피와 영토” “누구도 우리를 대체할 수 없다” “다양성은 집단 사기”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원 중에는 군복을 입은 이들도 있고, 헬멧과 사제 방패로 무장한 이들도 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또 일부는 극단적 백인우월주의단체 ‘쿠 클럭스 클랜(KKK)’ 휘장을 든 모습이 포착됐다.
백인 우월주의 시위대에 맞서 ‘흑인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단체 등 흑인 민권단체 회원들이 맞불 시위를 벌이면서 물리적 충돌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특히 비교적 평화롭게 행진 중이던 한 시위대 그룹에 세단 1대가 돌진해 사람들이 공중으로 튕겨 나갔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버지니아 경찰은 이 과정에서 차량 3대가 추돌해 길을 지나던 30대 여성 1명이 숨지고 15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달아난 운전자를 검거해 고의로 차량을 시위대 쪽으로 몰았는지 조사 중이다.
경찰은 또한 이번 시위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최루가스를 발사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테리 맥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는 경찰의 효율적 집회 해산을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며, 폭력사태가 악화할 경우 주 방위군까지 투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샬러츠빌은 특히 수도 워싱턴DC에서 차로 약 2시간30분 거리의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해 사태가 더욱 확산돼선 안 된다는 경각심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나이트 더 라이트(Unite the Right)’라는 이름으로 조직된 이날 시위는 샬러츠빌 시 의회가 이멘서페이션 파크에 있는 남부연합 기념물인 로버트 E.리 장군 동상을 철거하기로 한 데 항의하기 위해 벌어졌다. 리 장군은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을 이끌었던 인물로 남부연합 기념물은 백인 우월주의의 상징물로 인식됐다. 시위대 중 극우 국수주의자와 온라인 기반의 극우 세력인 ‘알트라이트’ 지지자들이 대거 포착된 가운데, 집회를 조직한 제이슨 케슬러는 “법원의 집회허가 명령을 경찰이 어겼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의 권리를 침해 당했다”고 주장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극우 여론 조성에 일조해 온 트럼프 대통령도 전면에 나서 폭력시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저지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러 편에서 드러난 이 지독한 증오와 편견, 폭력을 최대한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증오와 분열을 끝내야 한다”며 “우리는 애국심과 서로에 대한 진정한 애정을 가진 미국인으로서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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