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에 낳아서 엄마가 미안해.”
현 중학교 3학년이 치르게 될 2021학년도 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최소 4과목 이상이 절대평가로 치러지게 됨에 따라, 2002년에 태어난 중3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나오고 있다. 수능 절대평가가 몰고 올 다양한 변수에 대비해 당장 새로운 대입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던져진 탓이다. 수능 부담을 줄여 고교 교육을 정상화시킨다는 새 정부의 정책 의도와 달리, 내신을 겨냥한 사교육 시장만 활황을 맞는 등 ‘풍선효과’가 두드러질 것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교육부가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ㆍ통합과학, 제2외국어ㆍ한문 등 ‘4과목 절대평가(1안)’와 ‘전 과목 절대평가(2안)’를 등의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한 이후, 중3 학부모들은 개편안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들은 1안이든 2안이든 결국 수능이 절대평가가 되면 ‘수능 외 전형’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며 “하루라도 빨리 뭐라도 해야 한다”고 조바심을 내고 있다. 특히 수능 변별력 저하로 대학들이 수능 선발을 낮추면 고교 내신성적이나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비한 비교과 활동이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이들에겐 가장 큰 불안 요소다.
경기 김포의 중3 학부모 염모(44)씨는 13일 “일단 고1 진도를 빨리 학습하기 위해 이번 여름방학 때 주3회씩 보내던 영어ㆍ수학 보습학원을 개학하자마자 주5회로 바꿀 예정”이라며 “그래야 당장 내년 내신을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중3 학부모 김모(43)씨도 “내년부터 고1 과정에 통합사회ㆍ통합과학까지 신설되면서 최근 사회ㆍ과학 과외를 시작했다”며 “수능 개편에 대비해 강남 엄마들은 진작부터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내신 수요 증가에 사교육 업체들은 표정관리를 못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입시과외 업체 대표는 “국영수는 물론 과외를 잘 하지 않던 과학 과목까지 과외교사를 소개해달라는 중학생 학부모들의 요구가 일주일 사이 30건 이상이었다”고 전했다.
학종 전형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 관계자는 “수능 변별력이 떨어지면 결국 학생부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험점수 외 다른 활동을 만들어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는 불만이 나오는 대목이다. 중3 학부모 김모(43)씨는 “학생 해외봉사 컨설팅 업체를 수소문 중”이라며 “이 정부의 교육정책이 평범한 부모들도 ‘극성’으로 만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마치 사교육 시장 팽창 등을 수능 절대평가 확대의 부작용으로 부각시키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많다. 김경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공교육 질 높이기 등 개선책을 따로 마련해야지 이를 이유로 절대평가 확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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