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하게 여기(목동구장)까지 왔어요.”
광주 동성고가 모교 선배 양현종(KIA)이 ‘통 크게’ 기증한 야구부 버스를 타고 13일 처음 전국 대회인 봉황대기에 참가했다. 신형 버스를 타고 편하게 이동을 한 덕분인지 동성고는 이날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대회 1회전에서 광천고를 14-3(7회 콜드게임)으로 가볍게 꺾고 2회전에 안착했다.
김재덕 동성고 감독은 “양현종이 기증한 버스를 타고 처음 올라왔다”며 “기존 버스보다 훨씬 편하고 선수들도 정말 좋아했다. 좌석 간격을 벌릴 수 있어 체격 좋은 선수들이 나란히 앉아도 안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유니폼 상징인 흰색과 검은색을 새긴 외형이 마음에 든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3학년 투수 이호선도 “승차감이 최고였다”면서 “버스 덕분에 네 시간을 타고 올라왔는데도 피로도 역시 덜하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1학년 투수 박윤서는 “처음 버스를 보고 양현종 선배님이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양현종이 지난달 5일 동성고 야구부 후배들을 위해 선물한 버스는 그의 역동적인 투구 동작과 불을 뿜어내는 공, ‘거침없이 가자’는 구호가 새겨졌다. 버스 구매 비용은 1억7,000만원에 달하는데, 모두 사비로 마련했다.
그 전까지 동성고 야구부가 타고 다녔던 버스는 후원금 5,000만원으로 사들였던 중고버스다. 양현종은 “후배들이 좋은 환경에서 운동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학교에 가장 필요한 것이 뭐냐고 물어봤었고 버스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버스를 선물한 배경을 밝혔다.
김재덕 감독은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모교 선배가 버스를 기증하는 것은 처음 봤다”며 “이제 야구를 잘할 일만 남았다”고 웃었다. 선물 받은 지 한달 후가 지나서야 버스를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선팅을 하고 버스를 등록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고 설명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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