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연구소 운영자 김태석씨 13일 추가의혹 제기
‘한국의 워런버핏’으로 ‘기부천사’의 반열에 올랐던 박철상씨가 최근 주식투자를 통해 400억 원을 벌었다는 소문에 대해 거짓이라고 고백한 가운데 박씨의 자산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던 주식투자가 신준경씨와 박씨 사이에 뒷거래가 있었음을 암시하는 의혹이 제기됐다.
‘남산주성’이라는 필명으로 네이버 가치투자연구소 카페 운영자라고 밝힌 김태석씨는 13일 밤 카페 자유게시판에 ‘희대의 사기꾼 박철상과 그를 더 큰 괴물로 만들려 했던 신준경 – 그 추악한 진실 폭로’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런 의혹을 제기했다.
김씨에 따르면 그간 알려진 것과 달리 박씨와 신씨는 전화통화만 하고 실제 만남은 없었으며, 400억 자산에 대한 검증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씨가 “400억 자산은 언론 인터뷰 과정에 400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한 것도 신씨와 미리 입을 맞춘 것이라고 김씨는 폭로했다. 그는 “이 같은 사실은 저와 박철상과의 음성통화 5개, 신준경씨와 박철상씨의 음성통화 3개를 기반으로 하며, 한편의 개그소설 같은 이야기이지만 99.9% 진실”이라고 주장했다.
통화내용에는 신씨가 박씨에게 “이걸 해피엔딩으로 만들어야 하니까, 이미 400억 얘기는 나왔으니 기부목표가 400억 이라고 한 것으로 와전된 것이라고 말하라”고 코치하는 내용도 담겨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는 “‘서로의 모든 글을 내리고 다음날 아침 서로 각 언론사를 맡아 기사도 내리고 통화는 만난 것으로 하자’는 대화가 들어있고 ‘그 동안의 일은 오해였으며 서로 이렇게 만난 것은 행운이라며 좋은 기부파트너를 만났으니 서로 기부하는 곳에 교차기부하기로 하고 향후에 기부전달식을 사진에 담아 아는 기자들을 불러서 보도자료도 내자’는 충격적인 내용이 들어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통화내용을 들으면서 손과 발이 떨릴 정도의 분노를 느꼈다”며 “신씨와 박씨의 통화 내용에는 진실이 담긴 것은 없었다”며 “(400억원의 계좌를 보여주면 3억원을 기부하겠다고 한) 신씨가 3억원을 베팅하면서까지 진실을 밝혀내려 한 진짜 속내는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외부에는 신씨가 박씨의 사기행각을 밝혀낸 이 시대의 정의로운 영웅으로 알려져있다”면서도 “신 이사도 결국 본인 영업에 박씨를 활용하려 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씨는 그 동안 주식투자를 통해 400억 원의 자산을 모았으며, 홍콩의 자산운용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런 이력에 처음 의문을 제기한 인물이 신씨였다. 신씨의 집요한 추궁에 박씨는 “지금까지 주식을 통해 26억 원을 벌었고, 이 중 14억 원은 기부했고 나머지 12억 원은 현금화해서 투자처를 고르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씨의 의혹제기에 신씨는 “대구에서 박씨를 만나기엔 거리가 멀어 일단 통화부터 한 것”이며 “박씨가 전화를 통해 거짓을 실토한 만큼 굳이 계좌를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신씨는 “박씨를 만나고 온 척 한 건 죄송하지만, 기부왕 신화가 허상임을 확인한 점이 더 중요한 포인트였다”며 “(해피엔딩을 제안한 것은)허언증이 좀 심한 젊은이를 너무 가혹하게 매장시키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박씨에게 퇴로를 만들어주기 위한 의도”라는 취지의 해명을 했다.
반면 박씨는 ”요즘은 인터넷도 확인하지 않아,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지금 무슨 말을 하면 더 큰 논란만 일으킬 뿐”이라며 이번 논란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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