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한양대병원 교수, 신경절감압술로 80% 이상 두통 해결
서울 성동구에 사는 주부 김모(46)씨는 4년 전부터 갑자기 생긴 극심한 두통으로 시달렸다. 처음에는 뒷골이 당기더니 점점 앞머리로 통증이 옮겨 왔다. 눈이 빠져나가는 듯한 통증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속이 메슥거리고 구토도 잦았다. 이런 증상 때문에 병원을 여러 번 찾았지만 어떤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었다. 김씨는 어지러움증에 울렁증까지 나타나자 혹시 뇌종양이 아닐까 걱정돼 신경외과 진료실을 찾았다. ‘난치성 후두부 두통’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김씨는 수술 받은 뒤 몇 년 동안 끈질기게 괴롭혔던 난치성 두통에서 벗어나게 됐다.
고혈압 같은 ‘난치성 후두부 두통’
두통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한번 이상 경험하는 흔한 증상이다. 원인도 너무 다양하고 특정한 원인이 없이 발병하기도 한다. 특정한 원인이 없이 증상만 발생하는 경우 1차성 두통이라 하고, 특정한 원인 질환이 있다면 2차성 두통이라 한다. 대부분 약물 치료로 효과가 좋지만 어떤 치료에도 낫지 않고 원인을 알 수 없다면 난치성 두통이라고 한다.
난치성 두통 가운데 머리 뒤쪽에서 시작되는 두통을 ‘난치성 후두부 두통’이라고 한다. 경추(목뼈)에서 나오는 8개의 신경 가운데 두통에 관여하는 제2경추 신경이 지나가는 주위에서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부풀면 신경을 압박하게 된다.
특히 신경다발인 신경절 부위에서 혈관에 의한 압박이 가장 많이 발견된다. 일부 환자에서는 뼈가 자라나 신경절을 압박하기도 한다. 이럴 때에는 환자가 뒷목이 뻣뻣해지고 통증이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온다는 호소를 많이 한다. 때문에 고혈압으로 오인돼 대부분 혈압 치료나 편두통 치료로 진통제 처방을 받게 된다.
고용 한양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혈압 치료나 진통제 치료를 해도 낫지 않는 환자 가운데 대부분은 제2신경절 주위의 정맥이 부풀어 있거나, 혈압이 올라가면 이 혈관들이 더 부풀어 오르기 때문에 신경절을 더욱 압박하게 된다”고 했다.
“신경절 압박 혈관만 없애는 수술이 효과적”
난치성 후두부 두통은 환자 증상과 국소 마취 결과를 종합해 진단하게 된다. 국소 마취는 제2경추 신경절을 국소 마취제로 차단해 두통이 일정 기간 이상 개선되면 난치성 후두부 두통으로 확진한다.
이에 대한 치료로 기존에는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을 제거해 통증 감각을 차단하는 신경절제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감각이 없어지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고 교수는 신경은 그대로 두고, 신경절을 누르는 혈관을 제거하는 신경절감압술을 1996년부터 시행해 왔다. 이같은 획기적인 수술은 고 교수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시행하는 수술로 감각이 마비되는 부작용과 다른 합병증 없이 두통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수술은 경추 사이에 상하로 총 4㎝의 길이로 피부를 잘라 제2경추 신경절을 찾아 신경절을 둘러싼 두통 원인이 되는 확장된 정맥을 확인하고, 쌍극소작기로 태운 후 미세가위로 제거한다. 수술은 대략 1시간 이내 끝나고 환자 대부분은 수술 후 곧바로 두통의 고통에서 해방되는 경험을 한다.
이 수술법은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인 ‘유럽 신경외과 학회지(Acta Neurochirurgica)’ 2015년 1월호에도 실렸다. 고 교수는 1996~2006년 난치성 후두부 두통 환자 68명에게 제2경추 신경절감압술을 시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수술 후 1년 뒤에는 12명(18%)이 투약할 필요가 없어졌고, 45명(66%)은 통증이 절반 이상 줄어 수술 결과에 매우 만족했다는 내용이다.
고 교수는 “난치성 후두부 두통 환자 68명에게 신경절감압술을 시행해 환자 대부분이 두통이 줄었다는 결과를 얻었다”며 “수술 후 5년 이상 추적 관찰한 결과, 55명(81%)이 두통이 없거나 50% 이상 두통이 호전돼 장기적으로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난치성 후두부 두통의 주 증상>
1. 약물 투약에 잘 반응하지 않는다. 약물이 잘 듣지 않아 투약 종류와 양이 많아진다.
2. 두통이 주로 머리 뒤쪽(후두부)에서 시작된다.
3. 두통이 시작되는 곳을 가볍게 누르면 통증이 심해진다.
4. 두통이 심해지면 머리 앞까지 올라와 눈이 빠질 것처럼 아프고, 구토와 구역질 등을 하게 된다.
5. 진통제를 6개월 이상 먹어도 통증이 가시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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