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독재 시절 고문 수사로 악명 높던 서울 남산 중앙정보부 터가 인권광장으로 탈바꿈한다.
서울시는 남산 예장 자락의 중앙정보부 6국 건물터에 ‘기억6’이라는 이름의 인권광장ㆍ전시관을 만든다고 15일 밝혔다. 2018년 8월 선보이게 될 기억6의 6은 중앙정보부 6국에서 따왔다. 중앙정보부 6국은 군부독재 시절 학원 사찰과 수사를 담당했다. 기억6에는 당시 국가 권력에 의해 이뤄진 인권 침해라는 부끄러운 역사를 기억하자는 뜻을 담는다.
1995년 옛 안기부가 이전한 이후 시가 남산 제2청사로 쓰던 이 건물은 지난해 8월 지하를 제외한 지상부 건물이 모두 철거됐다. 시는 이 터의 지상 1층과 지하 1층을 전시실과 300㎡ 규모의 광장으로 만든다. 고통의 공간이었던 곳을 ‘소통’의 공간으로 만든다는 취지에서 빨간 대형 우체통 모양으로 전시실을 꾸민다.
지하는 수사와 고문이 이뤄졌던 고문실이 재현된다. 실제로 과거 인민혁명당 사건과 민청학련 사건 등의 취조가 이뤄졌던 중앙정보부 6국 건물 지하 2개실을 그대로 옮겨올 예정이다. 문화재 이전ㆍ복원 전문업체가 취조실의 출입문과 벽면, 바닥을 원형 그대로 해체 한 뒤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조성한다. 1층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로 만든다.
1층 전시실에는 자료 검색이 가능한 자료실과 다큐멘터리 등 영상을 상영하는 프로젝터가 설치된다. 광장에는 작년 해체한 건물 잔해를 활용한 기둥 6개를 세운다. 기둥마다 고통의 역사를 기억하고 반복하지 말자는 의미를 담은 문구를 새긴다.
기억6 조성은 남산 예장 자락 2만 2,833㎡를 도심공원으로 재생하는 시의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 일환으로 추진된다. 중앙정보부 6국 건물의 철거ㆍ활용에 대해 수년간 논의한 끝에 시는 지난해 3월 해체 후 재구성하기로 결정했다.
진희선 시 도시재생본부장은 “고통의 역사를 드러내 기록하고 시민이 머물 수 있는 공공공간으로 되돌리는 것은 공간의 시민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어두운 역사를 치유하는 일”이라며 “기억6을 우리 역사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의미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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