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도 양국 모두 호혜 평가
美 요구에 큰일 나듯 반응 말아야”
산업계 위기감에 진화 나서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에 대해 “미 상무부 평가도 한미 FTA는 양국 모두에 호혜적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라면서 “미국과 국익의 균형을 지켜내는 당당한 협상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FTA 개정 협상 논의를 위한 양국 특별 공동위원회 개최가 임박함에 따라 자동차와 철강 등 국내 산업계를 중심으로 위기감이 고조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FTA 개정 협상 요구는 우리도 예상을 했기 때문에 이번 정부조직법 개편에서 통상교섭본부로 격상하고 통상교섭본부장을 대내적으론 차관급, 대외적으론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조치까지 미리 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한미 FTA로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가 많이 줄어드는 효과가 생겼다”며 “협상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미국의 FTA 개정 협상 요구에 대해 당장 뭐가 큰일이 나는 듯이 그렇게 반응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라고 말했다.
고준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동차의 경우 한미 FTA 발효 이후 대미 수출보다 미국산 자동차 수입 폭이 더 커지는 등 FTA가 호혜적 역할을 했다는 건 미 무역대표부(USTR) 관료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수사로 FTA 재협상을 얘기하면서 국내에 과도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문 대통령이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의회조사국(CRS)이 지난 10일 펴낸 ‘한미관계 보고서’에서 “미국의 무역적자는 한미 FTA가 아닌 다른 요인들에 증가했다”고 지적하는 등 미 의회와 학계에선 한미 FTA 재협상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문 대통령이 이날 “미국과 국익의 균형을 지켜내는 당당한 협상을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특별 공동위에서 FTA 시행 효과가 양국 간 호혜적이었음을 논리적으로 증명해 미국을 설득할 자신이 있음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처럼 한미 FTA 개정 협상에 돌입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국이 지난 16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 돌입하면서 한미 FTA 개정 협상은 후순위로 밀렸다”며 “개정 협상 선언을 위해선 양국 의회와 국회의 동의도 필요하기 때문에 FTA 개정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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