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자ㆍ내용 사전조율 없이 진행
文 대통령은 오히려 담담한 답변
분위기 무르익자 질문 경쟁 치열
회견 전에 가요 틀어 ‘감성 연출’
문재인 대통령의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국민이 묻고 대통령이 답한다’는 테마로 각본 없이 생중계로 65분간 진행됐다. 질문자와 질문 내용과 관련해 청와대와 출입기자단 간 사전조율이 없어 긴장감이 더했다. 질문 기회를 얻으려는 기자들의 경쟁도 치열했다. 청와대는 참모진의 좌석을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반원 형태로 배치해 오케스트라 연주회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기자회견 전 특별히 선정된 가요들이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 등 ‘감성’ 연출도 빠지지 않았다.
문 대통령의 이날 기자회견은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사회를 맡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분위기를 녹이기 위해 안간힘을 섰다. 윤 수석은 문 대통령의 모두발언이 끝난 뒤 마이크를 잡고 “(기자회견의) 질의내용과 답변 방식은 사전에 전해진 약속이 없음을 알려드린다”며 “따라서 대통령은 여러분이 어떤 질문을 할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님, 긴장되시죠”라고 질문, 장내에 웃음을 자아냈다.
질문에 나선 기자들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 첫 질문자부터 긴장하는 모습이 생중계 됐고, 경제분야 질의응답에 나선 한 기자는 “대통령님 떨리지 않으십니까. 저는 이런 기회가 많지 않아서 지금 떨리는데, 이런 기회를 앞으로도 많이 만들어주시면 훨씬 더 질문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 분위기가 잠시 부드러워지기도 했다.
답변자인 문 대통령은 오히려 담담했다. 기자들의 질문을 일일이 메모하기도 했고, 부동산 보유세 인상 등 민감한 질문을 받았을 때는 3~5초 정도 시간을 벌며 신중하게 답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질문하는 기자와 눈을 맞추고 질문을 메모하는 등 평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기자회견이 자유 질의응답 형태도 진행되면서 기자들의 취재 경쟁도 치열했다. 200여명의 내ㆍ외신 기자 대부분이 질문기회를 얻기 위해 손을 들었다. 외교ㆍ안보, 정치, 경제, 사회ㆍ문화 등 5개 분야별로 15개 언론사 기자에게 질문 기회가 돌아갔다. 외신 기자들도 치열한 질문 경쟁에 나서 사회를 맡은 윤 수석도 손을 든 외신 기자의 이름을 알지 못해 “빨간 스웨터를 입으신 기자님 질문하시죠”라고 지명하는 모습도 보였다. 신문과 방송, 통신과 내ㆍ외신, 중앙ㆍ지역 언론 등 매체 별로 고루 질문 기회가 돌아가면서 어느 정도 안배한 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감성 연출은 이번에도 빠지지 않았다. 특히 기자회견 시작 30분전부터 가수 박효신의 ‘야생화’ 등 익숙한 가요 4곡이 반복 재생돼 귀를 사로잡았다. 야생화는 지난 시간의 고통과 고난을 담담히 표현하고 새 희망에 대해 얘기한 곡이어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윤종신과 곽진언ㆍ김필이 함께 부른 ‘지친하루’는 옳은 길이라는 건 누군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옳다고 믿는 걸 실천하는 삶이라는 메시지가 담겨있어 선정됐다고 한다. 이적의 ‘걱정 말아요 그대’는 국민들에게 “걱정하지 마시라”는 말씀을 전하기 위해 선택됐다. 정인의 ‘오르막길’은 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을 내려 놓은 뒤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났을 당시 즐겨 들었던 노래다.
이날 기자회견은 오전 11시에 시작해 정오 정각에 마칠 예정이었으나, 질문기회를 얻지 못한 기자들의 질문요청이 쏟아져 추가 질문을 하나 더 받느라 낮 12시5분에 끝났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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