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명 사망 마드리드 테러 후
스페인 13년간 테러 무풍지대
경찰, 위험 인물 1000여명 감시
17일(현지시간) 스페인 동부 바르셀로나와 캄브릴스에서 연쇄 차량 돌진 테러가 발생하면서 유럽 전역에 다시 테러 비상등이 켜졌다. 최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에서 테러가 빈발하는 가운데서도 비교적 안전지대로 여겨진 스페인에서마저 참사가 빚어지면서 ‘더 이상 안전한 유럽은 없다’는 인식이 급속히 번지고 있다.
스페인은 테러가 일상화된 유럽 지역에서도 오랜 기간 ‘테러 청정지대’의 명성을 지켜왔다. 유럽에서는 지난 2015년 1월 프랑스 파리 주간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 테러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테러 공격이 급증했다. 특히 올해 서유럽, 북유럽 지역에서는 5월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 테러, 6월 런던브리지 차량돌진 테러 등 한달에 한번 꼴로 공격이 줄을 이었다. 이번 테러로 인해 테러 공포가 스페인까지 남하하면서 미 CNN방송은 “스페인이 십수년간 지켜온 고요한 시간이 끝났다”고 지적했다.
스페인은 이로써 13년만에 다시 테러 위험 국가가 됐다. 마지막 테러는 2004년 3월 마드리드 기차역에서 발생한 극단주의 무장조직 알카에다 추종 세력의 폭탄 공격(191명 사망)으로, 이는 현재까지도 유럽 내 역대 최악의 소프트타깃(민간인) 테러로 기록되고 있다. 이후 2006년과 2008년 두차례 폭탄 테러가 일어나긴 했으나, 배후 세력이었던 바스크 분리주의 무장조직 ‘ETA’는 2011년 정전을 선언한 후 올해 무장해제를 마쳤다.
스페인은 이밖에도 테러범들의 주요 유입경로인 모로코와 안보 공조를 수행하고 있는 점을 들어 시민들을 안심시켰으나 일각에서는 위험 신호가 충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스페인 대테러 당국은 마드리드에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연계 조직의 테러 시도를 막았다고 발표했으며, 올해 3월에도 테러 의심 단체로 운반되던 무기 수천점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는 6월 기준 경찰이 1,000명 이상의 테러 위험 인물을 감시 중이라며 “언제든 새로운 공격이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최후의 보루 격인 스페인에 테러 구멍이 뚫리면서 유럽 내 여행객이 몰리는 밀집 지역 방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영국 외무부는 앞서 6월 휴가철을 맞아 유럽 내 테러 위험도가 높은 국가를 ▦심각(영국) ▦높음(러시아) ▦매우 가능(프랑스ㆍ벨기에ㆍ독일ㆍ터키ㆍ오스트리아ㆍ마케도니아) ▦가능(스페인ㆍ이탈리아ㆍ네덜란드ㆍ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ㆍ스웨덴ㆍ키프로스) 순으로 발표한 바 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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