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미를 애플 짝퉁 만드는 기업 정도로 여겼던 생각이 바뀐 건 3년 전인 2014년 여름 우연히 베이징 본사를 방문하고 나서였다. 높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스마트폰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만 한정 판매한다는 전략으로 당시 샤오미는 혜성처럼 중국시장 1위로 급부상하던 때였다.
샤오미에서 감탄했던 건 하드웨어 기업이라기보다는 소프트웨어나 인터넷기업 같은 젊고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직원들과 함께 만원 엘리베이터를 타고 출근하는 청바지 차림의 레이쥔 최고경영자(CEO)와 직접 마주치기도 했다. 온라인사이트 운영 노하우와 고객 중심 마인드도 인상적이었다. 직원이 이미 5,000명이나 되는 기업이 아직도 스타트업 같은 분위기가 충만했다. 많은 외부 스타트업과 빠르게 협업해 다양한 제품을 내놓는 개방적인 태도도 높이 평가할 만 했다.
더욱이 사용자 참여로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그 좋은 제품을 인터넷 입소문을 통해서 멀리 퍼지게 한다는 샤오미의 철학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를 실천하는 실행력이 대단했다. 중국 신흥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실리콘밸리 기업들 못지 않다는 것을 직접 확인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당시 샤오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지만, 이 기업의 미래를 밝게 전망했다. 쉽게 무너질 회사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샤오미는 이후 몇 년 간 고전했다. 2015년부터 스마트폰 판매량이 늘지 않고 하락세로 돌아섰으며 기존 강자인 화웨이 외에도 오포, 비보 같은 신진 스마트폰 기업이 급성장해 샤오미를 추월했다. 샤오미에 대한 열광이 사라졌으며 스마트폰을 사려면 화웨이가 낫다고 하는 중국인들도 제법 만났다.
그러던 샤오미가 올해 2분기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5위권 안으로 복귀했다. 그것은 샤오미가 온라인판매 같은 초기 성공요인에 안주하지 않고 오프라인 중심 확장으로 전략을 바꿨기 때문이다. 레이쥔은 극심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온라인 채널에만 집중했던 전략이 문제였다며 오프라인 확장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3년 전 만해도 온라인이 아니면 샤오미 제품을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는데 지금은 애플스토어를 닮은 전국의 100여개 미홈(Mi Home) 매장에서 제품을 체험해보고 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샤오미가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오프라인 매장 확장에는 큰 자본이 들어가는 만큼 박리다매로 제품을 판매하는 샤오미의 수익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 상장하던지, 아니면 계속 성장 모멘텀을 보여줘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수혈 받지 않는 이상 샤오미의 전략은 벽에 부딪힐 수 있다.
스마트폰 이외에 수많은 사물인터넷(IoT) 제품으로 샤오미 생태계를 만들어 서비스매출로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도 쉽지 않다. 위챗을 앞세운 텐센트가 이미 중국의 모바일 플랫폼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레이쥔이 이끄는 샤오미가 호락호락 무너질 것 같지도 않다. 샤오미의 오프라인 확장 전략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오포, 비보 같은 신흥강자들과 어떻게 싸워 이길 지가 앞으로 몇 년 간의 흥미로운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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