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열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논의를 위한 특별 공동위원회에 대해 전직 통상 고위관료들과 전문가들에게 전망을 들었다. 이들은 양측 정부가 상대방의 카드를 한 장이라도 더 파악하기 위해 치열한 탐색전을 벌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측은 FTA 협정개정 압박을 무기로 우리 정부에 대(對) 한국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한 미국산 무기구매 확대 등 제3의 대안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최근 FTA 개정협상을 둘러싼 한미 간의 불협화음이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지만, 익명을 요구한 고위 통상관료는 “현재까지는 북미 관계 악화가 한미 통상문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FTA 개정 협상 개시부터 단기 합의 어려울 것
최석영 전 외교통상부 FTA 교섭대표는 특별 공동위원회가 “미국이 자동차와 정보통신(IT) 분야 등에서 한미 FTA 협정개정을 요구하면, 우리 정부가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모습을 띠게 될 것”이라며 “FTA 협정개정 폭과 안건을 정하는 데서부터 양측 정부가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최 전 대표는 “협정개정을 위한 양측 논의 과정이 단기간에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 행정부가 무역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한미 FTA를 지목하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가 FTA 개정에 동의한다면, 미국 측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이 된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우리 정부의 협상 전략은 공동위에서 FTA 발효 이후 효과분석 등으로 호혜성을 강조하면서 FTA 개정 합의에 쉽사리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최 전 대표는 “최근 미국에 맞서 우리 측은 ‘투자자-국가소송제’(ISD) 개정을 요구하자는 주장 등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은 우리 측 카드를 섣불리 노출해 협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측 FTA 개정협상 데드라인은 내년 6월
고준성 산업연구원 국제산업통상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한미 FTA 개정협상 데드라인은 무역촉진권한(TPA)이 끝나는 내년 6월”이라며 “미국은 아직 협상시한이 넉넉한 만큼 이번 공동위원회 개최를 시작으로 2차, 3차 회의를 연이어 개최하도록 유도하며 우리 정부를 전방위로 압박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TPA는 헌법상 통상협상 권한을 가진 미 의회가 이를 행정부에 위임하는 것을 일컫는다. 내년 6월 30일까지인 TPA 기간이 끝나면 트럼프 행정부는 번번이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해 FTA 추가개정 등 통상협상을 추진하기가 어려워진다. 고 연구위원은 “2010년 6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FTA 재협상을 선언한 이후 타결될 때까지 걸린 시간이 3개월 정도에 불과하다”며 “한미 FTA 전면개정이 아니라면 협상시한은 충분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측의 공동위 추가 개최요구를 우리 정부가 거부할 권한은 없다”며 “이번 공동위 결과물로는 미국의 협정개정 요구안과 향후 협상 타임테이블 등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 FTA개정보다 무역적자 해소 더 원해
이동복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미국이 이번 특별 공동위원회에서 협정개정보다는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제3의 대안을 우리 정부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한미 FTA 개정으로 무역적자를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만큼 협정개정 압박은 결국 다른 이익을 얻어내기 위한 구실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 실장은 “미국 측의 FTA 협정개정 요구는 협상용일 뿐 협정 문구를 고치는 게 미국의 전략이 아니다”라며 “미 무역적자를 완화하기 위해 우리 정부 측에 대미(對美) 수출억제,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공용차 수입, 미국산 무기구매 확대 등을 요구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그는 “결국 양국 공동위는 FTA 협정문 자체는 손대지 않는 수준에서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우리 정부 측이 미국에 만족할 만한 방안만 내놓으면 FTA 개정협상 선언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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