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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출 자주포 K-9 장비 결함 가능성에 말문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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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출 자주포 K-9 장비 결함 가능성에 말문이 막힌다

입력
2017.08.21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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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이 어제 최근 강원 철원의 모 부대에서 발생한 K-9 자주포 사고의 초기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장 감식과 사고 당시 부상당한 병사들의 진술을 토대로 한 군의 설명에 따르면 포탄과 장약을 장착한 뒤 발사 전에 막는 폐쇄기와 밀폐링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폐쇄기를 닫은 직후 연기와 스파크를 폐쇄기 아래 부분에서 목격했고 이어 폭파가 일어났다”는 부상자 두 명의 공통된 진술이 이를 뒷받침한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더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실전 배치된 지 거의 20년에 이르는 육군의 주요 장비 자체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K-9 자주포는 포병 화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 기술로 개발돼 1999년부터 전방에 배치된 육군의 핵심 장비다. 높은 명중률과 긴 사거리로 해외 평판도 좋아 터키, 폴란드에 수출 됐고 올해 들어서도 핀란드, 인도와 수출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크고 작은 문제가 적지 않았다. 1997년 시제 1호기 화력 성능 시험에서 포탄이 발사되지 않고 내부가 화염에 휩싸이는, 이번과 유사한 사고로 연구원 한 명이 숨지는 일이 있었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국방부의 한국형 K계열 무기 합동조사에서는 운용상의 하자이긴 하지만 엔진 고장이 지적됐고, 2013년 방산업체의 무기부품 시험 성적 조작 사건 때에도 K-9 자주포의 불량 부품이 발견됐다.

이런 지적이 나올 때마다 무기체계를 개선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비 결함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국내 무기 개발 및 시험 평가ㆍ운용 전반에 고질적인 허점이 있다는 것을 의심하게 한다. 최근 감사원의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감사 결과에서는 프로펠러와 동체 상부가 충돌하는 설계상 하자나 시험 평가 미비로 엔진 성능이 떨어져 헬기가 추락하는 결함 요인 등이 지적되었다.

이번 K-9 자주포 사고는 장병 두 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대 사건이다. 이날 영결식을 마치고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 정수연 상병의 아버지는 사고 직후 찾아온 육군참모총장에게 휴대폰을 꺼내 아들의 군 입대 당시와 사고 뒤 사진을 보여 주며 “이렇게 꽃다운 아들을 군에 보냈는데 왜 이런 모습으로 돌려주느냐”고 항변했다고 한다. 훈련 중 장병의 목숨을 앗아가는 부실과 결함으로 얼룩진 무기 체계로 자주국방은 공염불이다. 방산 장비 국산화에 나선 과거 수십 년 동안 도대체 헤아릴 수조차 없이 이어져 온 방산 비리를 막기 위한 발본색원의 다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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