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발 스위치 안눌러도 발사” 증언
장비결함 의한 사고 가능성 제기
K-9 사격 훈련 잠정 중단키로
군인 7명이 다치거나 숨진 18일 K-9 자주포 사고는 포신 안 폐쇄기가 밀폐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화재 때문인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육군은 21일 이 같은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교육훈련 목적의 K-9 사격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
육군은 이날 사고 관련 언론설명에서 “부상자 진술 등을 토대로 현재까지 조사한 결과 사고 자주포에서 포탄을 장전한 뒤 폐쇄기에서 원인 불상의 연기가 흘러나온 뒤 스파크가 발생, 내부 장약이 연소되면서 자주포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장약은 포탄을 발사시키기 위해 탄을 앞으로 밀어내는 화약으로, 사고 당시 해당 K-9의 폐쇄기가 밀폐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파크가 발생하며 폐쇄된 공간 내부에서 장약이 급속도로 연소되며 화재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육군은 “합동조사단의 현장 감식 결과, 화포 내 장약 3발이 흔적도 없이 연소되는 등 전형적인 화재 발생 모습이었다”며 “연기 발생 원인에 대해선 현장 증거물 감정과 기능검사, 당시 상황 분석, 부상자 진술 등을 종합해 판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육군 조사 결과 발사 스위치를 누르지 않은 상태에서 포탄이 발사되는 등 장비 결함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육군에 따르면 K-9 자주포는 폐쇄기가 완전히 닫히지 않은 상태에서는 격발 스위치가 작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조사 과정에서 일부 부상자는 격발 스위치를 누르지 않았는데도 격발됐다고 증언했다. 군 관계자는 “(격발과 관련해선) 사수와 부사수, 포반장 등 3명의 진술을 모두 확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부상자들은 의식은 있지만 당장 사고 상황을 정확하게 진술하기는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난 K-9은 2012년 전력화된 것으로, 약 120발의 사격 기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은 이번 사고 직후 전체 1,100여문의 K-9 중 작전 대기 중인 전력을 제외한 교육 훈련 목적의 K-9 사격은 잠정 중단했다.
앞서 육군 5군단은 지난달 28일부터 3차례에 걸쳐 사격훈련을 하기로 하고 이달 18일 마지막 훈련을 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K-9 자주포 1문에서 불이 나 탑승하고 있던 이태균(26) 상사와 정수연(22) 상병이 숨지고 장병 5명이 다쳤다. 숨진 이 상사와 정 상병의 합동영결식은 이날 오전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육군 5군단장으로 엄수됐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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