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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심근경색 등에 에크모 치료하면 생존율 60% 이상 높아져”

입력
2017.08.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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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심장]<1>‘심장혈관 중재술ㆍECMO 치료 스페셜리스트’ 양정훈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ㆍ순환기내과 교수

전담 전문의 배치하면 심장내과 중환자실 ‘심인성 쇼크’ 사망 47% 줄어

고령ㆍ서구화에 따른 복잡한 심혈관질환이 생기면서 이를 치료하는 의료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최근 심장내과ㆍ심장외과 의료진이 동시에 치료에 참여하는 하이브리드 수술 확대와 ‘제2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ECMO(에크모ㆍ체외순환장치) 등 새로운 심장보조장치 도입으로 환자 생존율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중증 심장질환자에게 새로운 삶을 주고 있는 스페셜리스트를 만나 최신 심장질환 치료법 등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양정훈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여느 교수와 달리 중환자의학과와 순환기내과라는 두 진료과목 교수직을 겸직하면서 급성 심근경색 등에 하이브리드 치료 등 첨단 치료에 나서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양정훈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여느 교수와 달리 중환자의학과와 순환기내과라는 두 진료과목 교수직을 겸직하면서 급성 심근경색 등에 하이브리드 치료 등 첨단 치료에 나서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중환자의학과 겸 순환기내과 교수’. 심장혈관 중재술과 ECMO 치료의 스페셜리스트인 양정훈 삼성서울병원 교수의 직함이다. 양 교수는 두 진료과 교수를 겸직하면서 중증 심장질환 환자에 진료와 치료에 나서고 있다. 양 교수는 급성 심근경색 등으로 인한 심인성 쇼크 치료와 특히 ‘최후의 치료법’으로 불리는 에크모 치료에서 국내 최고의 임상성적과 연구성과를 올리고 있는 이 분야 권위자다.

-관상동맥질환이 크게 늘고 있는데.

“심장은 혈액을 온 몸으로 내보내고 이를 다시 받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심장 근육에 산소 등 영양소를 공급하는 혈관이 관(冠) 모양으로 붙어 있다. 그래서 관상(冠狀)동맥이라고 부른다. 관상동맥질환은 생활방식이 급속히 서구화되고 고령화된 것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관상동맥이 동맥경화반으로 좁아지거나 파열돼 혈전으로 막히면 심장근육이 죽게 된다. 이로 인해 심장의 펌프 기능을 할 수 없는 심부전이 생기고, 심하면 목숨마저 잃는다.”

-그러면 이 질환을 어떻게 치료하나.

“관상동맥 우회술(심장외과에서 주로 시행)과 관동맥 성형술(심장내과에서 주로 시행)로 크게 나뉜다. 특히 심장내과 영역에서는 관상동맥 안으로 가느다란 도관을 통해 풍선을 넣어 혈관을 넓히는 관상동맥 풍선확장술이나 금속관을 넣어 혈관을 지지하는 스텐트 시술 등 중재술이 널리 시행되고 있다. 최근엔 두 치료술의 장점을 조합해 환자 상황과 병변(病變) 특징에 따라 외과수술 후 중재술을 하거나, 중재술 후 외과수술을 하거나, 외과수술과 중재술을 동시 시행하는 등 ‘하이브리드 치료’가 각광받고 있다.

하이브리드 치료는 반복적인 폐동맥 색전(塞栓)으로 인해 발병하는 만성 폐쇄성 폐동맥 고혈압 치료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 질환을 치료하는 데 폐동맥 근위부(近位部)는 수술을, 원위부(遠位部)는 풍선확장술을 시행하는 게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치료는 ‘환자를 최우선한다’는 정신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만 가능할 정도로 매우 어려운 치료법이다. 우리 병원은 이 치료분야에서 매우 앞서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에크모 치료가 최근 주목 받고 있는데.

“에크모(ECMOㆍ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는 심폐부전이나 심정지 같은 초응급 상황에서 체내 혈액을 환자 몸 밖으로 빼내 부족한 산소를 공급한 후 환자 몸 안에 다시 넣어주는 기기다. 환자의 몸 밖에 달아 준 ‘제2의 심장’이라고 보면 이해가 빠르다. 약물치료가 듣지 않는 심인성 쇼크와 호흡부전 환자에게 주로 쓰인다. 특히 심폐소생술로도 심장 기능을 되찾지 못한 환자에게 신속히 시술해야 하므로 에크모 운용에 숙련된 전문인력이 매우 중요하다. 에크모는 2003년 삼성서울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운용된 이래 2000년대 후반 국내 주요병원에 널리 퍼졌다.

에크모를 시행할 때 가장 우선해야 할 점은 환자가 회복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예측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즉, 가역적 원인에 해당하는 급성심근경색, 심근염, 약물 불응성 심실부정맥등과 심장이식 도중에 생긴 심인성 쇼크로 인해 생명을 위협할 때 장기조직에 적절한 혈류를 유지하기 위해 주로 쓴다. 실제로 미국ㆍ유럽 등 에크모 치료 전문센터에서는 생존해서 퇴원하는 비율이 60% 초반 대나 된다. 우리 병원도 이와 비슷한 성적을 내고 있다.

우리 병원의 장점은 중증치료센터에 중환자의학과 흉부외과 순환기내과 등 모두 5명의 교수로 구성된 ‘에크모 전담팀’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중증 심부전, 폐부전, 심장, 폐 이식 환자를 위한 에크모 전담팀은 다른 병원에서 에크모 치료가 필요하거나 에크모 유지 치료를 하다 전문적 치료가 필요할 때 응급의료헬기로 중환자를 옮기는 ‘중환자 항공 이송 시스템’도 운영해 중증 심장질환자 회복을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밖에 에크모를 이용한 심장이식, 재활치료, 인공심장수술,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에크모 교육, 국내외 의학자를 위한 에크모 트레이닝 프로그램 등 우리 에크모 전담팀은 국내 최초 기록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심인성 쇼크는 무엇인가.

“심인성 쇼크(cardiogenic shock)는 심장의 펌프기능이 이뤄지지 않아 활력 징후(vital signsㆍ맥박 호흡 체온 혈압 등 생명을 입증하는 요소)를 유지하기 어렵고, 혈액도 조직에 적절히 공급되지 않아 조직이 손상되는 것을 말한다. 의학발전에도 불구하고 사망률이 여전히 40%가 넘을 정도다. 심장내과 중환자실의 가장 큰 사망 원인이다. 첫 12시간 치료가 예후를 결정하므로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이를 전문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심장학과 중환자의학의 지식을 겸비한 ‘심장 중환자 전담전문의’를 두는 게 당연하다.”

-심장 중환자치료 전담전문의라는 말이 생소한데.

“심장내과 중환자실에 전담전문의를 두고, 다양한 진료과 의료진이 참여해 환자를 돌보는 다학제 진료를 시행하는 곳은 국내에 거의 없다. 우리 병원이 2013년 국내 처음으로 중환자의학과를 새로 만들었다. 이 때 다학제 심혈관계 중환자치료팀을 꾸리면서 심장내과 중환자실에 전담전문의를 뒀다. ‘심장 중환자치료 전담전문의’는 일반 중환자실 전담전문의와 달리 기본적인 중환자 지식뿐만 아니라 약물이 듣지 않는 심인성 쇼크 환자 치료에 기계적 순환보조장치인 대동맥 내 풍선 펌프, 에크모, 인공심장 등 체외순환기계 이해가 필요하며 새롭게 부각되는 전문 영역이다.”

-심장 중환자치료 전담 전문의와 다학제 진료의 성과라면.

“우리 병원에서 2012년 1월~2015년 12월 심혈관질환으로 심장내과 중환자실에 입원한 2,431명을 2013년 3월 이전 전담전문의와 다학제 진료가 없는 낮은 관리그룹과 2013년 3월 이후 전담전문의가 배치되고 다학제 진료를 받은 높은 관리그룹을 나눠 조사한 결과, 낮은 관리그룹일 때 8.9%에서 높은 관리그룹에서는 4.1%로 사망률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 연구결과는 ‘가장 주목할 만한 연구 주제’로 선정돼 지난해 12월 심장학 최고 권위 학술지인 미국심장학회지에 게재됐을 뿐만 아니라 국제심장학회지 최근호에도 실릴 정도로 효과를 입증 받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양정훈(오른쪽) 교수 등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게 금속관을 넣어 혈관을 지지하는 스텐트 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양정훈(오른쪽) 교수 등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게 금속관을 넣어 혈관을 지지하는 스텐트 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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