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후보자는
판사 임관 뒤 재판업무만 맡아
법원행정처 경험 전혀 없어
우리법연구회ㆍ인권법연구회 등
진보 학술단체 2곳서 회장 역임
시국사건 ‘오송회’ 국가 배상 판결
귄위의식 없고 소탈해 후배에 신망
김명수(58ㆍ사법연수원 15기)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는 사법부 내 대표적인 진보개혁 성향 고위법관으로 꼽힌다. ‘승진 코스’라고 불리는 법원행정처 근무 경력 없이 일선에서 재판 업무에만 주력해 왔다.
가장 두드러지는 이력은 진보법관들의 모임으로 평가 받는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이다. 김 후보자는 법원 내 대표적인 진보 학술단체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모두 회장직을 역임했다. 참여정부 시절 사법개혁을 주도했던 우리법연구회에서 회장을 지냈고 이 단체가 2010년 해산한 뒤 2011년 출범한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는 초대 회장을 맡았다. 소장 판사들의 참여를 적극 이끌어 내는 김 후보자의 학회 운영방식으로 국제인권법연구회가 법원 내 최대 학술단체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지난 3월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력구조에 관한 일선 판사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려다가 법원행정처의 제지를 받았다.
법원행정처 경험이 전무한 점도 특징이다. 1986년 판사로 임관한 뒤 줄곧 일선 법원에서 재판업무만 맡았다. 김 후보자는 지명 소감에서 “31년 5개월의 판사 생활 중 재판연구관 3년을 빼고는 전부 법정에서 지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시절에는 민사재판 실무지침서인 법원 실무제요 민사편(민사실무제요) 원고를 집필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거치면서 민사재판 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김 후보자 판결은 매우 진보적이다. 그는 2015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처분이 부당하다며 전교조가 낸 효력정지 파기 환송심 사건에서 대법원의 파기 취지에 달리 “노조법 여러 조항에 다툴 여지가 있는 쟁점이 상당수 남아 있다”며 전교조 손을 들어줬다. 2014년엔 군부대에서 동료 여직원에게 음란 동영상을 보여줘 징계를 받고 불복한 군무원에 대해 “남성중심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군부대에서는 여성이 성희롱 문제를 제기하기 쉽지 않다”며 “곧바로 거부의사를 표하지 않았더라도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5공화국 시절 대표적 시국사건인 ‘오송회 사건’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15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리고,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와 함께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첫 학술대회를 개최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 스스로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고, 소감을 묻는 기자들에게 “다들 놀라셨을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의 유례없는 파격 인사이지만 인품에 대해선 법원 내 이견이 없는 편이다. 권위의식이 없고 소탈해 후배 법관들로부터 신망이 두텁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춘천지법원장으로 재직 땐 그간 평일 당직을 면제 받았던 부장판사들도 평판사들처럼 순번대로 평일에 당직을 서게 할 정도로 위계서열 고착화에 거리를 뒀다. 재판에서는 소송 당사자가 자신의 주장을 충분히 개진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경청하는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딸(34)과 아들(31)이 모두 현직 법관으로 재직 중인 법조인 가족이다.
김 후보자는 이날 후보자 지명 직후 “현재 법원이 처한 현실과 상황이 어렵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청문회 준비를 철저하게 해서 국민들 수준에, 법원 구성원 수준에 맞는 미래, 청사진을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부산 ▲부산고 ▲서울대 법대 ▲대법원 재판연구관 ▲수원지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특허법원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춘천지방법원장(現)
*우리법연구회 회장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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