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법 연구 안돼 판단 어렵지만
역학조사 실시해 빨리 검증해야”
“달걀에 관해 묻는 전화보다 생리대 묻는 전화를 더 많이 받네요.” 21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가 전한 말입니다. 최근 깨끗한나라의 생리대 브랜드 ‘릴리안’의 부작용 논란이 뜨거워, 담당 기관인 식약처에 문의 전화가 많이 오는 것이죠.
계란은 안 먹으면 그만이지만, 생리대는 안 쓸 수도 없으니 여성 본인, 딸 가진 부모 모두 불안한 것은 당연합니다. 여성환경연대가 21일 오후부터 릴리안 부작용 사례를 제보 받기 시작한 지 15시간 만에 660건이 접수됐을 정도입니다. 집단소송 참여의사를 밝힌 소비자도 360여명입니다. 더구나 릴리안의 3개 제품이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 등이 발표한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 결과에서 독성이 포함된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의 농도가 가장 높았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더욱 뜨거워졌습니다. 이미 생리대 안전성 문제는 릴리안을 안 쓴다고 해결될 수준을 벗어났습니다. 릴리안뿐 아니라 당시 시험 대상 10개 제품에서 모두 TVOC가 방출됐죠.
하지만 식약처는 이 문제에 너무 느긋해 보입니다. 오는 10월 결과가 나올 3분기 품질검사 대상에 릴리안 제품을 포함하기로 했지만, 이 검사에는 TVOC가 포함되지 않습니다. 릴리안은 2015,2016년 실시한 품질검사에서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죠.
그렇다면 생리대가 생리불순이나 생리출혈량을 줄이는 등 부작용을 유발하는지 알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식약처 계획대로면 최소 1년 이상이 걸립니다. 그 사이 여성들도 어찌 보면 릴리안도 피해자가 되겠죠. 이해되는 대목도 있습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TVOC 검출시험은 독성의 영향을 확인하는 국제기준이 없고, 진행하는 환경과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시험방법을 만드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식약처는 지난해 10월부터 일회용 생리대의 TVOC 검출 시험방법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데 내년 10월쯤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그렇게 TVOC 검출 기준이 마련된 뒤에나 시중에 판매되는 생리대들에 그 기준을 적용해서 시험을 시작할 수 있으니 어떤 생리대가 위해성이 있는지 알 수 있는 시기는 사실 가늠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손을 놓고 있어도 될까요? 최경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TVOC 정확한 노출ㆍ위해성 평가는 연구가 안된 부분이 있어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면서도 “그래도 역학조사는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사안이니 생리대 사용군과 비사용군을 지정해서 부작용의 인과관계를 살펴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고금숙 여성환경연대 환경건강팀장도 “여성들의 피해는 현재 진행되는 상황이므로, 역학조사를 실시해 보다 빠르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같은 입장을 보였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은 빨리 찾아서 하는 당국, 기대하기는 무리일까요.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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