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70% 노인의 생계 유지를 위해 쓰여야 할 기초연금 예산의 일부가 정부 조직 키우기 등에 쌈짓돈처럼 사용된 것(본보 1일자 1면)은 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6회계연도 결산 총괄 분석’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기초연금 예산 92억7,800만원을 자체 이용(移用ㆍ예산 편성 목적과 달리 지출)해 질병관리본부 조직 개편에 따른 인건비 등에 썼다. 기초연금 예산을 과다 책정해 쓰지 못하고 남은 돈의 일부분이다.
이 중 복지부가 질병관리본부 조직 확대에 따른 직원 보수, 연가 보상비, 직급보조비로 36억6,000만원을 지출한 것은 예산 지침 위반이라는 것이 예산정책처 지적이다. 실제 기획재정부의 ‘2016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을 보면 공무원 보수 등은 각 부처 장관이 자체 이용할 수 있게 위임된 범위 밖에 있다. 예산정책처는 “향후 예산의 이ㆍ전용시 관련 규정을 위반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종수 질병관리본부 기획조정부장은 “기재부와 구두(口頭) 협의를 거치긴 했지만 지침 위반은 맞다”고 인정하면서 “앞으로 재발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기초연금 예산을 저소득 노인 복지와는 무관한 곳에 대거 끌어다 쓴 것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라는 사상 초유 사태 때문이라고 복지부는 해명하지만, 지출 내역을 뜯어 보면 시급성이 떨어지는 사업도 적지 않다. 국가재정법은 예산 이용의 요건을 ‘재해대책 재원 등으로 사용할 시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로 규정하며 ‘시급성’도 함께 충족하도록 하고 있다. 예산정책처는 “공항이나 항만에 있는 국립검역소 임차료 증가분이나 스마트검역정보시스템고도화 예산은 시급성 있는 재해대책비로 보기 어려워 이용 범위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