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강기훈씨 유서대필 조작사건에 대해 사법부가 원심에서 유죄판결을 내린 것은 당시 재판부가 선고 직전 공판기록을 통째로 분실하면서 공정한 판결이 불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추 대표는 2년 전에도 루머라는 전제를 달고 동일한 내용의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추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부와 검찰 개혁을 바라는 마음에서 공개적으로 지난 날 나의 경험을 말하겠다”고 발언을 시작했다.
추 대표는 “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 사건의 재항소심 재판부에서 주심 판사가 수사기록과 공판기록이 일체가 됐던 공판중심주의를 하지 못했다”며 “판결 선고를 앞두고 그 기록을 통째로 분실했고 그 기록이 하필이면 검찰 손에 넘어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그 기록을 분실해서 전전긍긍하며 말도 못하던 주심 판사 입장이 어떠했으리라 하는 것은 짐작이 간다”고도 했다.
추 대표는 “그 사건의 쟁점은 피고인 강기훈이 자살한 김기설 유서를 대신 써주었는지 아니었는지 하는 것이었고, 그 증거로 국과수 필적 감정과 그 감정이 잘못됐다는 일본인 전문가의 감정 중 어느 것을 증거로 택하느냐의 문제였다”며 “(그러나 기록을 분실해) 당황한 사법부의 선택은 기계적으로 국과수의 감정을 증거로 채택하고 유죄를 선고했고, 피고인 강기훈은 그 후유증으로 불치병에 걸렸다고 짐작이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기소독점권을 쥔 검사와 양심을 가린 사법부가 인권을 보호하기는커녕 인권침해의 공범케이스가 된 것이다”며 “정권에 순응해온 사법부가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이번 기회에 사법부가 치부를 드러내고 양심고백을 해, 사법 적폐가 없는 사법 기풍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사법부의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지난 9일에도 추 대표는 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사건에 관여해 허위 증거를 만들고 불법 수사를 자행했던 수사 지휘자와 책임자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대표실 관계자는 “추 대표 본인이 직접 전해 들은 얘기로, 사법부의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발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강기훈 유서 대필 조작은 1991년 명지대생 강경대씨 사망에 항의하며 분신한 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의 유서를 전민련 총무부장이었던 강씨가 대신 쓰고 자살을 방조했다는 혐의로 구속 복역했던 사건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2년 사건 재심 결정을 내렸고 2015년 대법원은 유서가 김씨 것이 맞다고 판단, 강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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