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내부 구성원의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김장겸 MBC 사장이 “절대 퇴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MBC 본부가 24일부터 총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하기로 한 가운데, 김 사장이 퇴진 불가 입장을 명확히 밝혀 MBC 경영진 퇴진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커질 조짐이다.
김 사장은 23일 오전 개최된 확대간부회의에서 “불법적이고 폭압적인 방식에 밀려, 저를 비롯한 경영진이 퇴진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합법적으로 선임된 공영방송 경영진이 정치권력과 언론노조에 의해 물러난다면, 이것이야말로 헌법과 방송법에서 규정한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이라는 가치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언론노조 MBC본부가) 본 적도 없는 문건을 교묘히 ‘블랙리스트’라는 단어로 연결해 경영진을 흔들고 있다”며 “유례없이 언론사에 특별근로감독관을 파견하고, 각종 고소·고발을 해봐도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근거가 없으니, 이제는 정치권력과 결탁해 합법적으로 선임된 경영진을 억지로 몰아내려 한다”고 말했다. 앞서 7일 언론노조 MBC 본부는 “사측이 사원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등급을 매겨 인사평가와 인력 배치에 활용했다”며 일명 ‘MBC판 블랙리스트’ 문건을 입수해 공개했다.
김 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언론개혁 의지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8일 방송통신위원회 업무 보고회에서 “지난 10년간 공영방송이 참담하게 무너졌다”고 한 발언에 대해 “언론노조의 직접 행동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이라며 “공영방송이 무너지고 안 무너지고는 대통령과 정치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광우병 보도와 한미 FTA, 노무현 대통령 탄핵, 김대업 병풍 보도 등의 사례에 비추어 보았을 때 시청자나 역사의 판단은 다른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1987년 MBC에 입사한 김 사장은 정치부장,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 2월 사장으로 취임했으며 임기는 2020년 2월까지다. 그동안 보도국의 제작자율성과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취임 때부터 구성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언론노조 MBC 본부는 이날 ‘MBC판 블랙리스트’ 관련해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과 김 사장 등 5명을 방송언론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수사를 촉구했다. 이어 29일까지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투표 결과에 따라 9월 초 총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