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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코치의 야구화] WS 우승반지 1908개 뿌린 컵스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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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코치의 야구화] WS 우승반지 1908개 뿌린 컵스의 품격

입력
2017.08.23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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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컵스가 마이너리그 애리조나 캠프지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장비 관리 및 세탁 담당 직원(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존 델가토, 대나 노트너, 요리사 스티브 사레츠키, 대만인 통역사 쳉홍엔에게 2016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선물했다.
시카고 컵스가 마이너리그 애리조나 캠프지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장비 관리 및 세탁 담당 직원(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존 델가토, 대나 노트너, 요리사 스티브 사레츠키, 대만인 통역사 쳉홍엔에게 2016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선물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최고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메이저리그 동양인 투수 최다승(124승)의 주인공이자 야구공 하나로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18년 빅리그 경력의 박찬호가 손에 넣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다.

박찬호도 얻지 못한 반지를 어느 평범한 요리사는 지니고 있다. 애리조나의 시카고 컵스 베이스 캠프지에서 2년째 요리사로 일하고 있는 스티브 사레츠키(48)는 올해 1월에 구단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놀랐다고 한다. 우승 반지를 제작할 예정이니 손가락 사이즈를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사레츠키는 “외부 업체에서 이곳으로 파견돼 일하고 있을 뿐인데 우승 반지를 제작해 준다고 해서 너무 놀랐고 감사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평생 요리를 하면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갖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생애 최고의 선물”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사레츠키 뿐만이 아니다.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도구 관리와 유니폼 세탁 등을 맡고 있는 직원들, 대만인 선수의 통역사, 그라운드를 관리하는 직원 등 2016년 컵스 구단에서 일한 모든 이들이 우승 반지를 받았다.

구단 직원들에게 선물한 반지는 선수들이 받은 것보다 한 단계 등급이 낮다.
구단 직원들에게 선물한 반지는 선수들이 받은 것보다 한 단계 등급이 낮다.

쳉홍엔은 “정규직이 아닌 6개월의 마이너리그 시즌 기간 동안만 일하는 단기 계약직인데다가 메이저리거도 아닌 마이너리거의 통역사인데, 우승 반지를 준다고 해서 놀랐다. 평생 가보로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이라며 웃었다.

선수단도 프런트 직원도 아닌 이들이 우승 반지를 받을 수 있었던 데는 이유가 있었다. 컵스의 톰 리켓 구단주는 지난해 월드시리즈 기간 “만약 우리가 우승을 차지한다면 컵스가 우승한 마지막 해인 1908년도의 숫자만큼 우승 반지를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있었고, 실제 정상에 오르자 실행했다.

2015년 월드시리즈 우승 팀 캔자스시티가 500여 개의 우승 반지를 만든 것에 비하면 1,908개의 우승 반지는 네 배에 가까운 수치다. 톰 리켓 구단주는 시카고 지역 방송 인터뷰에서 “1,908개의 우승 반지를 제작하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었지만 108년 만에 우승한 기쁨이 더 크다”고 말했다.

108년 만에 깨진 ‘염소의 저주’는 의외로 많은 이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가져다 줬다. 그리고 컵스는 주변 관계자들을 모두 챙기는 세심함과 우승 팀다운 품격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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