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정권 이전 카불 시내서
여성들 자유롭게 활보하는 모습
맥매스터가 보여주며 확전 설득
다양한 머리 모양에 무릎 위 길이의 미니스커트와 원피스, 굽이 높은 샌들. 한껏 단장한 여성 3명이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서구사회 여느 번화가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한 장의 흑백사진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이들이 아프가니스탄 여성이라는 점, 그리고 오른편에 적힌 ‘카불(아프간 수도)’, ‘1970년대’, ‘탈레반(극단주의 무장조직) 점령 전’이라는 문구다. 아프간에 탈레반 정권이 들어서기 전인 1972년 자유로운 시내 분위기를 보여주는 이 사진이 2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프간 미군 증파 결정을 도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 사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여주며 그를 아프간 확전으로 유도했다. 군 장성 출신인 맥매스터 보좌관은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지 않고 서방 규범을 다시 정착시킬 경우를 상기시키며 “아프간은 희망이 없는 곳이 아니다”고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지난달까지만 해도 아프간전 철수, 용병 대체 등을 고려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캠프데이비드 회의서 미군 병력 증원 쪽으로 극적 선회했다.
맥매스터 보좌관 외에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신임 비서실장인 존 켈리가 공동 대오를 형성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한 끝에 승기를 잡았다. 매티스 장관은 실제 아프간 전장을 누빈 해병대 장성 출신이고, 마찬가지로 해병대 4성 장군 출신인 켈리 실장은 2010년 아프간 남부에서 해병대로 참전한 아들 로버트를 잃었다. 한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장군’들과 얘기한 후 철군할 경우 미국인과 동맹국 군인, 아프간인의 생명이 일제히 위험해진다는 점 등 막대한 피해를 깨달은 것 같아 보였다”고 WP에 밝혔다.
한편 미국의 아프간전 전략이 아프간 내 희토류를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7월 백악관 회의에서 “아프간 정부를 지원하는 대가로 광물자원 일부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력 주장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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