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보단 동반자로 인식 전환을”
한중 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문제로 갈등하면서 중국에 진출한 우리 문화계는 금한령(禁韓令)의 직격탄을 맞고 그야말로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진작부터 철저한 현지화를 통해 중국 사회에 뿌리내린 이들은 지금을 오히려 도약의 기회로 여긴다. 동서대 영상학과 교수 출신으로 10여년 전부터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명희 화런(華人)영상 대표는 21일 인터뷰에서 “중국을 수익내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커가는 동반자로 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_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상황이 심각한 수준 이상이다. 화런영상은 한중 합작회사이지만 지난해 말부터 한국 측과 계약한 영화와 드라마, 공연 등은 올스톱됐다. 사실 중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각종 규정을 강화하면서 자국산업을 보호ㆍ육성해왔다. 사드 갈등이 없었더라도 이런 흐름은 이어졌을 것이다. 물론 사드 문제는 외교ㆍ군사적 현안이어서 이런 흐름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_문재인 정부 출범 후 상황이 나아질 거란 기대가 있었을 텐데.
“사실 기대가 컸지만 실제로 개선된 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잠깐 그런 분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의 사드 추가배치 결정으로 완전히 물 건너 갔다. 솔직히 지금으로서는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_그렇다고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나.
“물론이다. 전 세계에 이만한 시장이 어디 있나. 전반적인 소득이 늘어나고 젊은 세대가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기 시작한 만큼 중국의 잠재적 시장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유수업체들이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금 어렵다고 해서 중국시장을 외면한다면 경제적인 부분은 말할 것도 없고 미래가치를 잃는 것이다.”
_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가장 중요한 건 철저한 현지화다. 한국에서 드라마를 만든 뒤 얼마에 팔겠다는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승산이 없다. 중국의 전반적인 콘텐츠 경쟁력이 아직은 한국에 뒤지지만 그 격차는 점차 좁혀지고 있다. 더구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선 일상적인 삶과 문화에 기반한 컨텐츠가 중요하다. 서비스 산업의 개방 정도가 비교적 낮은 중국의 제도적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을 모방했던 중국의 게임산업이 전 세계를 호령하고 있는 현실은 되새겨볼 만하다. 엔터산업은 공산품 판매와는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_일부 대기업들도 사실상 손을 든 경우가 있는데.
“자금력이 풍부하고 나름 콘텐츠 경쟁력을 갖췄더라도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엔터분야는 콘텐츠의 생명력이 상대적으로 짧고 변동성도 많아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가 많다. 서울 본사의 입만 쳐다봐선 될 일도 안된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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