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구매량 5%까지만 반품”
출판사 윌비스측 규정 변경
서점서 “갑질” 문제제기하자
책공급 안 하겠다며 거래 중지
“출판사 반품 정책에 문제 제기를 했더니 책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서점 욕심에 많이 가져가놓고는 안 팔린다고 반품해달라 하니 저희로서도 난감합니다.”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앞을 30년 넘게 지켜온 전통의 사회과학전문서점 ‘풀무질’과 고시수험서 전문출판사 ‘윌비스’ 사이에 ‘반품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출판사 갑(甲)질’이라는 주장과 ‘정상적인 거래’라는 입장이 맞선다.
지난해 윌비스의 반품 정책 변경이 발단이다. 출판 시점과 관계 없이 서점이 요구하면 모두 반품해 주던 윌비스가 출판 1, 2년이 지난 고시수험서는 서점 구매량 5%까지만 반품이 가능하고 출판 3년이 지나면 반품이 불가능하다고 서점에 통보한 것. 윌비스 측은 “책을 무리하게 가져간 뒤 절반 이상을 반품하는 사례가 많아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풀무질 측은 이 때문에 서점 자체가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타격을 입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표 은종복(53)씨는 “풀무질은 대학교 앞에서 운영하는 작은 서점일 뿐이고 최대한 학생 수요에 맞춰 들이려 노력한다”라며 “무리한 반품을 요구한 적도 없는데 일방적 정책 변경으로 애먼 중소 서점만 피해를 입었다”고 토로했다. 실제 풀무질은 반품을 요청한 책 60% 가까이를 재고로 창고에 쌓아두고 있다. 1년 이상 지나 최신 문제 출제 경향이 포함되지 않은 책은 수험생으로부터 외면을 받기 때문에 팔 수도 없다.
풀무질이 윌비스의 반품 정책에 반기를 들면서 문제는 더 꼬여가고 있다. 지난 21일 “기존 정책대로 전부 환불해달라”는 풀무질의 공식 요구에, 윌비스 측이 “모두 반품해주겠다. 다만 앞으로 풀무질과는 거래하지 않겠다”고 받아 친 것이다.
은 대표는 매일매일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고 한다. 일반 사회과학서적의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서 고시수험서는 중소 서점의 효자 품목. 요즘 가장 잘 팔린다는 윌비스 수험서가 없으면 매출이 절반 가량 줄어 서점 유지 자체가 불가능하단다. 은 대표는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출판사가 갑질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시내 중소 서점들은 일단 풀무질 사정에 공감하고 있다. “군소리하지 말고 출판사 정책을 따르라는 것”(A 서점 대표) “조금만 항의하는 투로 얘기하면 ‘책 끊어버리겠다’는 식이라 싹싹 빌어서라도 책을 받아야 하는 처지”(B 서점 대표)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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