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화, 인터넷 구입…
문화 거점 ‘동네서점’ 급감
전국 서점수 1만2526개뿐
‘독서대국’ ‘출판대국’의 대명사로 불렸던 일본에서 서점이 단 한 곳도 없는 지역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서점 제로(0) 상태인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일본 전체 행정구역의 20%를 넘기는 수준이다. “서점이 사라지는 일은 문화거점의 쇠퇴를 의미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출판업체 ‘도한’의 집계에 따르면 전국(가가와현 제외) 시초손(市町村ㆍ기초단체) 중 서점이 없는 지역은 420곳으로 전체(1,896곳)의 22.2%나 된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4일 전했다. 홋카이도(北海道)가 58곳으로 가장 많았고 나가노(長野)현, 후쿠시마(福島)현, 오키나와(沖繩)현 등 순이었다. 대부분 시골 지역이었지만 홋카이도 아카비라(赤平)시, 이바라키(茨城)현 쓰쿠바미라이시 등 시(市)가 7곳 포함됐다. 출판도매회사인 일본출판판매의 통계에선 서점이 없는 기초단체 숫자가 최근 4년 사이 10%나 늘었다. 올해 5월 기준 일본의 전국 서점수는 1만2,526곳으로 2000년에 비하면 40%나 감소했다.
서점 없는 지자체 증가는 인구감소로 인한 시골마을 공동화 현상 때문이다. 또한 ‘탈활자화 흐름’에 따른 이탈도 적지 않다. 여기에 아마존 등 인터넷사이트를 통해 책을 구매하는 독자가 늘어나면서 서점 없는 마을이 급증하고 있다. 서점 매출의 60~70%를 차지하는 잡지시장 규모가 10년 전의 60% 수준으로 축소된 가운데 편의점에서 잡지가판대가 보편화된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2014년 미야자키(宮崎)현 구시마(串間)시에서 1만권을 취급하던 창업 100년 된 ‘쓰마가리서점’이 2014년 도산한 것은 이 같은 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한 때 연간 2억엔 매출을 올리던 이 서점은 폐점 직전 매출이 9,000만엔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수도권의 베드타운인 쓰쿠바미라이시는 간토(關東)지방에서 유일하게 서점이 없는데 인근 도시에 대형서점이 생기면서 한 곳 있던 서점이 문을 닫았다. 주민 여론에 따라 시 당국이 지난 6월 대형유통업체를 방문해 내년 봄 개점하는 마트 내에 서점을 유치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업체는 수지가 맞지 않는다며 이를 거절했다.
이런 가운데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대형서점은 증가하고 소형서점은 줄어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중소규모(988.4㎡ 이하) 서점은 줄었지만 991.7㎡ 이상 대형서점은 868곳에서 1,166곳으로 늘었다. 소설가인 아토다 다카시(阿刀田高) 활자문화추진기구 부회장은 “서점은 설렘 끝에 종이책과 만나는 지식과 교양의 문화거점”이라며 “이를 남겨두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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