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대통령 비판 문구 삭제
트럼프 절친 소유주 머독 입김 의혹도
미국 보수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는 기사를 통제해 사내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제라드 베이커 WSJ 편집국장은 22일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반(反) 트럼프 집회를 다룬 보도를 문제 삼았다. 베이커 국장은 당일 새벽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유감스럽게도 이번 기사는 뉴스로 위장한 칼럼”이라며 “해석이나 선택적 비평이 아닌 보도에 집중해 달라”고 주문했다. 결국 베이커 국장이 지목한 문장들은 23일자 최종판에서 삭제됐다.
이에 WJS 기자들 사이에서는 베이커 국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들끓고 있다. WSJ 측은 “우리는 뉴스와 의견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팩트가 보도의 우선순위이며 의견은 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WSJ가 다른 유력지들과 달리 그에게 비교적 우호적 보도를 해 온 것은 사실이다. 최근 베이커 국장 주재로 열린 내부 회의에서도 트럼프 행정부 관련 기사 편집 방향을 놓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도 일선 기자들은 WSJ가 지나치게 트럼프 친화적 보도를 하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으나 베이커 국장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WSJ 사주가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라는 점을 주목한다. 머독이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만큼 아무래도 편집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머독은 2007년 WSJ 대주주였던 뱅크로프트 가문으로부터 지분을 넘겨 받아 소유주가 됐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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