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청회ㆍ교육단체들 토론회서
제3의案 필요성 잇달아 제기
“제시된 것 중 최적 조합 찾아야”
전문가들 1년 유예ㆍ보완도 주장
현 중3 학생들이 치러야 하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안 최종 발표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교육부가 내놓은 2가지 시안에 대해 “어느 쪽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양비론’이 비등하다. 교육부가 애당초 “1ㆍ2안 외에 다른 선택은 없다”고 못을 박으면서 수정안이나 보완책 마련 기회를 아예 차단한 것이 화근이 된 양상이다. “일단 변화부터 주고 보자는 지극히 무책임한 접근”이라는 비판이 교육계의 진보ㆍ보수 양쪽에서 모두 쏟아진다. “일단 발표를 연기해야 한다”는 요구들이 빗발치지만 교육부는 오는 31일 예정대로 최종 발표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0일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한 뒤 21일까지 총 4차례의 공청회를 열어 의견수렴을 마친 상태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발표 당일 4과목 절대평가(1안)와 전과목 절대평가(2안) 2가지 안을 내놓으면서 “절충안은 고려하지 않으며, 무조건 둘 중 하나로 간다”고 양자택일을 못박았다.
대체적으로 보면 진보 교육단체들은 전과목 절대평가를 하는 2안 쪽에 무게를 싣고 있고, 보수 교육단체들은 단계별로 절대평가 과목을 확대하는 1안을 더 선호하는 모습이지만, 1ㆍ2안을 액면 그대로 지지하는 단체나 전문가는 거의 없다. 공청회는 물론 각 교육단체들이 주최한 토론회에선 1, 2안 각각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면서 제3의 수정안 마련 필요성이 제기됐다. 신성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실장은 “2안을 지지하지만 9등급제를 전제로 한 현재 시안은 입시개혁 방안으로 턱없이 부족하다“며 “수능 5단계 절대평가를 통해 수능의 영향력을 대폭 약화시켜 자격고사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는 “2안으로 가되 불공정ㆍ깜깜이ㆍ금수저 전형이라 비판 받는 학종 전형에서 각종 경시대회나 추천서 등 비교과 영역을 대폭 삭제하는 등 학종 개편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정기 순천향대 수학과 교수는 “대입 전형의 혼란을 막기 위해 1안부터 단계적으로 절대평가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융ㆍ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상대평가 과목인 수학 범위를 줄이는 등의 대안을 마련해 쏠림 현상 등의 부작용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두 안 모두 입시개혁 방안으로 턱없이 부족한 만큼 제3의 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경시대회, 추천서 등 비교과 영역을 삭제하는 등 학종의 신뢰성 확보 ▦서술형 수능을 통한 수능 질 높이기 ▦절대평가 방식의 과목별 등급과 함께 수능의 원점수도 함께 공개해 대학들의 변별력 확보 ▦문이과 통합 과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수학의 ‘가/나’ 구분 폐지 ▦수학 등 일부 과목의 수능 범위를 고1 과정으로 한정해 학습부담 줄이기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1ㆍ2안 원안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이런 대안들과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안들이 논의되고 보완되기 위해선 당장 시간이 필요하지만 교육부는 개편안 발표 강행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24일 이진석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은 “1년 유예안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교육부에선 해당 내용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31일 1, 2안 둘 중 하나를 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개편안 확정을 유예해서 시간을 갖고 보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종태 교육을바꾸는사람들 21세기교육연구소장은 “시간에 쫓기듯 교육제도를 만들어 학생들을 피해자로 내몰아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수능개편안 적용 시점을 아예 1년 미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분위기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졸속적인 수능 개편안으로는 혼란만 더 가중될 텐데 교육부 관료들은 ‘하기로 했으니 해야 한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현 중3이 아닌 중2가 수능을 치는 2022학년도부터 수능 개편안을 적용하는 것도 신중히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5일 개최되는 의원 워크숍을 통해 교육부의 수능 개편안에 대한 당의 입장을 조율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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