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중3 학생들에게 적용될 2021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을 둘러싼 진통이 한창이다. 교육부는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ㆍ과학, 제2외국어ㆍ한문 등 4개 과목만 절대평가로 하자는 안과 국어, 수학, 탐구까지 포함해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하자는 두 개의 안을 제시하고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청취했다.
문제는 두 방안 모두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4개 과목 절대평가는 과도한 경쟁을 막겠다는 취지를 못 살릴 뿐 아니라 국어ㆍ수학ㆍ탐구 과목 쏠림을 낳고 이들 과목에 대한 엄청난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다. 전 과목 절대평가는 시험의 변별력을 떨어뜨려 대학의 학생 선발을 어렵게 할 뿐 아니라 고교 재학생들의 내신 경쟁을 한층 격화시킬 수 있다. 이렇게 두 안 모두 문제가 많아, 전문가들은 제3의 안을 포함해 좀 더 종합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런데도 교육부가 하나를 골라 예정대로 31일 확정하겠다고 하는 것은 지나치게 경색된 편의주의적 태도다.
대입 정책에 대한 생각이 제 각각인 현실에서 결정을 미룬다고 꼭 묘수가 나오리란 법은 없지만 그렇다고 허점 많은 계획을 그대로 적용하겠다는 자세는 말이 안 된다. 대학 진학이 수능뿐 아니라 내신, 학생부종합전형 등의 방법으로 이뤄지는 데도 수능만 떼어내 개편하려는 것 자체가 지나치게 단순한 접근이다. 따라서 수능 절대평가가 가져올 내신 경쟁 심화는 어떻게 막을 것인지, 불공정ㆍ깜깜이ㆍ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이 무성한 학생부종합전형은 어떻게 개편해 신뢰를 회복할 것인지, 특목고와 자사고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두루 검토해 종합적 입시 방안을 설계해 마땅하다. 수능 개편만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교육 개혁의 큰 틀에서 새로이 다루라는 뜻이다.
대학 입시가 우리 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비추어 양자택일로 문제 많은 수능 안을 고른다면 초ㆍ중ㆍ고 교육 전반이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최적, 아니 차적의 안이라도 서둘러 찾아야 할 이유다. 시간이 필요하다면 새 교육과정 적용과 수능 개편안 확정을 함께 미룰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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