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허비 홍차’ ‘매일 야근 스무디’
중국에서 젊은 세대의 좌절감에 호소하는 ‘상(喪) 문화’ 마케팅이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 20, 30대에서 회자되는 ‘삼포시대’(연애ㆍ결혼ㆍ출산 포기)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중국 젊은이들이 상문화 소비를 통해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KOTRA에 따르면 중국 배달기업인 어러머는 최근 ‘죽고 싶어도 죽을 용기 없는 마키아토’ ‘오르지 않는 월급 과일차’ ‘집값 내려가도 살 돈 없는 과일쥬스’ 등 상품 8종을 출시했고, 대만 커피 기업 UCC는 부정적 의미를 가진 밀크티 시리즈를 출시하기도 했다. UCC 커피 광고에는 ‘오늘 당신이 하루 종일 힘들어 개와 같다고 느껴진다면 당신이 큰 오해를 하고 있네요. 개도 당신보다 힘들진 않아요’라는 문구가 쓰였다.
기업들의 상문화 마케팅에 중국 젊은이들은 거부감 대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높은 관심을 표하면서 제품 광고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언론들은 “삶이 고단한 젊은이들이 상문화를 통해 온화한 방법으로 세상에 항의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며 “야근 강도가 세지면 세질수록 상문화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광고시장에선 이에 따라 제품과 함께 상문화를 뜻하는 브랜드 문구를 삽입해 SNS에 알리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문구엔 ‘젊은이, 현재 돈이 없으면 어떠한가? 앞으로 돈이 없는 날들이 길게 남아 있네.’ ‘내가 오늘도 이렇게 노력하는 이유는 나를 무시한 사람들에게 그들이 맞는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등이 적혀 있다.
KOTRA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은 상문화로 비롯되는 새로운 시장 트랜드를 심도 있게 분석해 기업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며 “현재 상문화는 일차원적인 부정적 에너지가 아닌 문화ㆍ오락 산업의 창의적 아이디어의 원천으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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