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누적 다운로드 1200만 프렌즈팝
한때 캐릭터 사용권 탓 종료 위기
미르의전설2, 모두의마블도 분쟁
#2
모바일게임은 초기 홍보가 중요
매출 최대 50% 주며 IP 빌리기도
“권리관계 복잡해 권고안 필요”
2015년 8월 출시 이후 누적 다운로드 1,200만건 이상을 기록한 인기 모바일 게임 ‘프렌즈팝’은 최근 게임 개발사인 NHN엔터테인먼트와 캐릭터 지적재산권(IP)을 가진 카카오가 IP 사용을 놓고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카카오 캐릭터가 이 게임의 핵심이라 서비스가 아예 종료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으나, 지난 22일 게임 개발과 유통을 맡고 있던 NHN 측이 카카오에 유통 권한을 넘기는 조건으로 IP 사용 재계약을 맺으면서 ‘수명 연장’에 성공했다.
프렌즈팝을 둘러싼 다툼은 게임업계의 ‘IP 파워’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지난해 전 세계를 뒤흔든 ‘포켓몬 고’와 ‘슈퍼마리오 런’, 현재 국내 응용 소프트웨어(앱) 장터 매출 1, 2위를 기록 중인 ‘리니지M’과 ‘리니지2:레볼루션’ 등 인기 모바일 게임들은 유명 IP를 기반으로 제작된 공통점이 있다. IP가 게임의 성공을 부르는 핵심 요인이 되면서 기존 IP를 지키거나 새로 확보하려는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16년 간 중국 시장에서 폭 넓은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게임 ‘미르의전설2’는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와 액토즈소프트가 IP를 공동 보유한 탓에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 쪽이 단독으로 IP 제휴 계약을 맺으면, 다른 한 쪽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거나 로열티 분배를 요구하는 등 다양한 문제가 얽히고 설켜있다. 2013년 출시돼 여전히 앱 장터 10위 안쪽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두의 마블’의 IP 법정다툼도 현재 진행형이다. 고전 보드게임 부루마불을 만든 아이피플스는 지난해 넷마블게임즈를 상대로 “모두의 마블이 우리 IP를 도용했다”며 소송을 냈고, 넷마블은 “사실무근”이라며 맞서고 있다.
최근 수년 새 IP 분쟁이 잦아진 건 IP를 빌리고 빌려주는 일이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모바일 게임이 대세가 된 뒤 이런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지는 모바일 게임은 특성상 출시 초반 성적이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 인지도가 높은 IP는 특별히 홍보하지 않아도 눈길을 끌 수 있고, 게임을 즐기지 않는 사람들까지 관심을 갖게 만드는 힘이 있다.
IP를 가진 업체가 이를 빌려 주는 대가로 얻는 수익은 통상 게임 매출의 30% 수준이다. 디즈니나 배트맨처럼 세계적으로 통하는 IP의 경우 매출의 50%나 가져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앱 장터에 게임을 등록하면 최대 130개국에 동시 출시되는데, 국가당 마케팅비를 1억원씩만 잡아도 130억원이 드는 데다 효과도 보장이 안 된다”며 “이를 감안하면 거액을 떼어주고서라도 흥행 보증 수표나 다름 없는 IP를 확보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IP 분쟁은 앞으로 더 잦아질 가능성이 커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형게임사 법무팀 관계자는 “최근 분쟁 사례를 살펴보면 권리 관계 등 계약 내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계약 때부터 내용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소게임업체들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계 부처에서 IP 제휴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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