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대응 큰 문제는 없어…식약처와 업계와의 유착 개혁할 것”
살충제 계란 사태에 대한 미흡한 대처에 코드 인사, 자질 논란까지 겹쳐 거센 사퇴 요구에 직면한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27일 한국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국민 눈높이에는 부족했을 수 있지만, 살충제 계란 수거 등 유통단계에서의 후속 조치는 완벽하게 했다”며 “식약처 내부에 나태한 부분이나 업계와 유착된 부분이 있으면 확실히 개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현장 대응만으로도 바쁜데 국ㆍ과장들까지 모두 연일 국회에 불려나가 업무 마비가 올 수밖에 없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_살충제 계란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높다.
“식약처는 유통 단계의 살충제 계란에 대한 자체적인 추적 조사에서 수거ㆍ회수 등 모든 과정을 완벽하고 깔끔하게 처리했다. 다만 ‘평생 하루에 2.6개를 먹어도 안전하다’고 했다가 논란이 됐는데, ‘평생 살충제 계란을 2.6개씩을 드시라’는 의미는 아니었고 ‘그 전에 드신 계란에 대해 너무 걱정 안 해도 된다’는 뜻이었다. 앞으로는 오해 소지가 없게 좀 더 신중을 기하겠다.”
_‘식약처장이 현황 파악도 못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14일 밤 (국내 계란에서 피프로닐이 검출됐다는)농림축산식품부 발표가 있은 뒤, 이튿날 열린 정부 광복절 행사에 불참하고 식약처 전 직원을 출근시켜 대응에 나섰다. 15일부터 6개 지방청을 동원해 대형 마트에서 계란을 수거하는 샘플 조사를 지시해 16일 오후에야 결과가 나왔고, 16일 오전 소관 상임위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열렸다. 데이터와 조사 결과가 없는 상황이라 질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농식품부로부터 살충제가 검출된 농가 4곳의 명단을 받은 것도 16일 오전이 되어서였다.
내가 국회에 나가면 국장ㆍ과장들이 줄줄이 따라 나와야 하니 업무가 마비될 수밖에 없다. 급박한 상황이었음에도 17일에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도 출석을 요구했다. 현장 대응만으로도 바쁜데 잇달아 국회에 출석하다 보니 국민에게 조금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게 됐다.”
_약사 출신이라 식약처를 맡기에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얘기도 있다.
“동의할 수 없다. 약식동원(藥食同源)이란 말처럼 식품도 약과 인체 대사 관점에서는 동일하기 때문에 약사의 전문 분야라 할 수 있다. 그 밖에 화장품, 의료기기 등 식약처의 관할 분야가 많지만 이 모든 분야에서 전문가인 사람은 없다. 그보다는 식약처 업무를 잘 이해하고, 핵심을 짚어 낼 수 있고, 조직을 잘 활용해 국민에게 안전한 식의약품이 공급될 수 있게 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나는 6년간 회원이 3,000명에 달하는 부산시 약사회장으로 있으면서 선거 없이 두 번이나 추대될 정도로 신뢰를 받았다. 조직을 이끌어 가는 능력도 있다.”
_사퇴 요구 논란 이후 청와대가 어떤 메시지를 줬나.
“임종석 비서실장 등이 ‘조직을 신속히 장악해서 빨리 대응하고, 힘내서 사태를 수습하라’는 말씀을 하셨다.”
_국무총리도 공식적인 자리에서 여러 차례 비판했는데.
“(‘국무총리가 짜증을 내셨다’는 발언은 국회에서)순간적으로 공격을 많이 받다 보니 조금 실수한 부분이 있는데, 국무총리 말씀 역시 ‘힘 내서 이 사태를 수습하라’는 뜻으로 이해 한다.”
_취임 전 페이스북에 썼던 정치색 짙은 게시물이 계속 발목을 잡는다.
“자연인 신분으로 올린 수 많은 글 중 일부만 부각됐다. 공직자가 됐으니 정치적 색채를 다 빼고 중립적 입장에서 식약처를 이끌겠다.”
_생리대 사태에 대한 대응 방안은.
“일단 (휘발성유기화합물에 대한) 세계 기준이 없어서 기준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연구 용역을 실시했다. 그 결과가 내년 10월에 나오는데, 최대한 앞당기라고 지시했다. 그 전에 800여종 생리대 전 제품과 아이 기저귀까지 전수 조사를 시켰다.”
_간염 바이러스 소시지 처리는 어떻게 할 건가.
“돼지 고기 가공품 중에 덜 익혀 나오는 일부 제품이 문제가 되고 있다. 수입산은 출하를 중지시켰고, 수입 돼지고기로 소시지를 만드는 국내 업체 중 가열 공정이 없는 업체에 대해서도 점검에 들어갔다. 국내산 돼지고기로 소시지를 만드는 업체에 대해서도 가열 공정이 없는 제품을 파악해 유전자 분석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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